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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금투협 외유 논란에 회원사는 '벙어리 냉가슴'

8개 참여 증권사, 명단 비공개 원해…협회-회원사 주객전도 심각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6.26 1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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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초 정치 평론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의 우스갯소리가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모르는 세 가지 있는데 김정은의 마음, 안철수의 새정치, 박근혜의 창조경제'라고….

이 같은 농담은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도 비슷한 비유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모르는 세 가지는(증권맨 ver.)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 업계 희망퇴직 종료 시기 그리고 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이하 금투협) 살림살이'라고.

◆"우리 사장님 출장을 절대 알리지 말라"

최근 금투협의 해외출장이 입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20일 박종수 회장을 비롯해 8개 증권사 사장단이 열흘간 일정으로 콜롬비아로 날아갔는데요. '뉴포트폴리오코리아'라고 이름 붙은 행사의 취지는 상당히 그럴듯합니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넘어 금융투자업계의 해외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라는군요.

이 행사는 2007년부터 추진됐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뒤 보류됐다가 박종수 회장이 취임한 2012년 재추진됐습니다. 작년 이스라엘을 시발점 삼아 올해는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외시찰에 나선 셈입니다.

여기에는 8개 증권사 사장단도 동행했는데 원래는 상위 12개 회사가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좀 나아졌다지만 고질적인 업황 부진과 세월호 참사까지 겹친 마당에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불만이 쏟아졌고 일부 증권사들은 참여의사를 철회했습니다.

더군다나 작년 이스라엘까지 날아가 현지 금융권 인사들과 친목을 다졌지만 공동포럼 개최 말고는 별 재미를 못 본데다 상당수 중소형사들은 섭외 대상에서도 뒷전이었다는 후문입니다.

이에 대해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협회가 대형사 위주로 시찰단을 꾸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우리랑은 상관없는 행사라 관심도 없었다"며 "희망퇴직이니 불황이니 죽는 소리를 해도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 얘기 아니겠느냐"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쯤해서 콜롬비아가 금융, 서비스업보다는 광산, 건설업 중심의 신흥국가며 경제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고 1인당 GDP 규모는 아프리카 가봉보다도 낮은 75위 정도라는 사실은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홍콩과 유럽 등 주요 해외 진출 사업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국내증권사들이 콜롬비아 현지에서 얼마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하는 것도 지금은 무의미해보이니까요.

이런 가운데 이상한 점은 시찰단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들이 행사 참여 자체를 쉬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금투협 측에 참여 명단을 요구하자 돌아온 답은 "각 증권사 대표들이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다"였습니다.

결국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에 일일이 문의를 했지만 역시 비슷한 대답이었습니다. 아예 사실 확인을 거부하거나 인정은 하면서도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였습니다.

A증권사 관계자는 "협회 요청으로 참여를 결정했지만 최근 여론이 좋지 않아 대외적으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수백에 이르는 임직원을 희망퇴직으로 정리했고 나머지 회사들도 구조조정을 비롯한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금융투자업계를 위해 조직된 이익단체인 금투협이 업계의 해외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인 행사입니다. 그런데 상당수 참석자들이 참여 사실조차 공개하기 싫어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주객전도 금투협, 사내정치 판쳐

금투협의 최대 수익원은 회원사가 매년 납부하는 회비입니다. 감사원과 금투협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협회가 거둬들인 회비 수익은 530억원이며 이 가운데 추가 징수한 74억원을 제외한 456억원가량이 공식적인 회비 수익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해 금투협 총 수입이 656억1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예산의 70% 이상은 회원사들이 책임지는 구조인 것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2012년 금투협이 사상 첫 구조조정을 실시해 직원 수가 50여명 정도 줄었음에도 사업비 대비 인건비 비중은 더 늘었다는 점입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도 오히려 남은 직원들의 인건비를 더 올려줬다는 뜻입니다.

앞서 '대한민국에서 절대 알 수 없는 세 가지(증권맨 ver.) ' 중 마지막으로 '금투협 살림살이'를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일반 투자자는 물론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이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금투협은 자체 통합공시시스템을 통해 회원사별 경영실적과 공시내역을 속속들이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협회 자체는 공시 대상에서 쏙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1년에 한 번 회원사 사장단을 모아 협회 손익 내역을 공개하지만 이밖에 공식적으로 회원사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회원사들의 이익창출을 위해 조직된 협회가 정작 위에서 군림하는, 주객전도의 본보기라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사실상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 측은 "민법상 사단법인인 금투협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정 이외에 정부가 나서 강제할 이유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죠.

특히 현재 협회 내부에 막강한 '사내정치'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불만을 부채질하는 모양새입니다. 재작년 협회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특정부서 출신 중심의, 이른바 '라인'이 부각되면서 조직이 더욱 폐쇄적으로 변모했고 '그들만의 리그'가 못박혀버렸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협회 한 관계자는 "회사 내 파벌다툼을 견제하기 위해 모 부서에 우리 쪽 인원을 충원했는데 몇 달 못 버텨 부산으로 전근 발령이 나버렸다"며 "이젠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배가 산으로 가다 못해 히말라야라도 정복할 기세인 금투협의 존립 이유가 심각하게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