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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D-21' 한맥, 美 캐시아 상대로 국부유출 여론몰이

이익금 360억 1차 반환협상 무위…불법매매 여부 입증 관건

이수영·정수지 기자 기자  2014.06.24 08: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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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 유례없는 '주문실수'로 400억원대 손실을 떠안은 한맥투자증권(이하 한맥)이 국부유출 논란에 불을 지피며 회생을 위한 마지막 협상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캐시아캐피탈파트너스(이하 캐시아)와 이익금 반환을 위한 첫 협상에 나섰지만 빈손으로 돌아섰다. 캐시아는 작년 12월 한맥의 주문실수 탓에 발생한 손실액 462억원 중 80%에 가까운 360억원을 쓸어간 당사자며 이날 협상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일단 모르쇠로 일관하던 캐시아가 금융당국의 불법매매 정황 포착 소식에 마지못해 대응하고 있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2차 협상 일정은 확정조차 하지 않았다. 한맥은 당장 내달 15일 인가취소가 결정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ELW 스캘퍼 사건' 재현…불법 입증 미지수
 
캐시아와 협상에 나선 한맥의 주장은 간단하다. 문제가 된 주문거래는 착오에 의한 '실수'며 민법에 따라 착오에 의한 거래는 취소되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한맥에 따르면 이익을 봤던 10여개 기관 중에서 8곳은 이 같은 논리로 사고 초기에 이익금을 모두 돌려줬다. 
 
이 증권사 김치근 부회장은 "캐시아는 사고금액 460억원 중에 80%에 가까운 360억을 쓸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매매 정황이 포착됐다"며 "시장에 미리 비상식적인 호가를 심어놓는 식으로 1600만원짜리 상품을 25만원에 싹쓸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캐시아가 매매거래에 활용한 알고리즘 시스템은 부당거래의 핵심 증거라는 게 한맥 측 주장이다. 
 
투자자들 모두 시장에 공정하게 접근할 의무가 있지만 캐시아 등 일부 투기세력이 FEP서버를 이용한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호가 및 주문체결 속도를 비정상적으로 빨리 처리하는 '초단타매매'를 이용,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얘기다. 이는 2012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사태' 당시 불거졌던 스캘퍼(초단타 투자자) 논란의 복사판으로 불릴만하다. 
 
   이재광 한맥증권 비상대책위원장은 금융당국이 한맥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관리인을 파견해 손실회복활동 마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맥투자증권  
이재광 한맥투자증권 비상대책위원장은 금융당국이 한맥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관리인을 파견해 손실회복활동마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 한맥투자증권
23일 이재광 한맥투자증권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험관리 측면에서 국내 자본시장을 순간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을 만큼 통제 불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국이 나서 제재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거래소나 금융위원회는 실수를 저지른 회사를 어떻게든 파산시킬 궁리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계 헤지펀드는 투기자본' 각인전략 먹힐까
 
한맥은 이번 사건을 캐시아가 해외 투기자본을 앞세워 30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긴 국부유출 대상으로 규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계 헤지펀드는 곧 투기자본'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켜 여론의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공식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이 국내증권사를 파산시켜 미국 투자자본의 부당이익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공적자금 한 푼 들이지 않았고 일반 투자자 피해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한맥을 파산시켜 이득을 보는 것은 미국 투기자본 캐시아뿐"이라며 "지난 5개월간 당국이 파견한 관리인은 오히려 임직원과 한맥 주주들의 손실 회복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캐시아 등 외국계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최소 손실, 최대 이익'이 운용 모토다. 100명 미만의 투자자들로부터 개별 자금을 모아 '파트너십'을 결성해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공모에 의한 지분모집 없이 투자회사로 등록하지 않은 법인'이다. 외국계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것은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 당시 조지 소로스가 운용한 퀀텀펀드 사건이 시초다. 
 
한국증권연구원 자료를 보면 당시 퀀텀펀드는 태국 바트화를 대량 공매도했고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치솟으며 금융위기가 번졌다. 당시 퀀텀펀드는 영국 파운드화에도 손을 대 국책은행인 영란은행도 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최근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도 미국계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된 사례다. 2001년 디폴트 선언 이후 다수 국채 투자자들이 아르헨티나의 채무를 재조정해줬지만 미국계 헤지펀드인 NML매니지먼트와 아우렐리우스자산운용은 이를 거부했다. 이들은 채무 전액상환을 요구하며 군함을 압류하는 등 내정간섭 수준의 횡포로 큰 비난을 받았다. 
 
한편 캐시아는 최근 국내 법무법인 세종을 대리인 지정하고 이익금 반환 이유와 규모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1차 협상에서는 캐시아 측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관계자들이 이익금 반환 여부에 대해 "죄송하다"는 답만 내놓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맥은 인가취소가 결정되는 내달 15일 전까지 반환협상을 성공리에 마쳐야 기사회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