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넌 커서 뭐가 될래?"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최근 모 학습업체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위 연예인, 2위 운동선수, 3위 교사, 4위 의사·간호사, 5위 판사·변호사, 6위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의사와 판사는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돈과 명예를 가져다줄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오랫동안 인식됐고, 교사와 공무원은 날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고용시장에서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최상의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직업이 연예인과 운동선수라는 점이 눈에 띈다. 30년 전만 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연예인과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소위 대중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스타'를 만들어 낸다는 특징이 있다. 그 스타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은 '대박'을 거머쥐기도 한다. 학생들은 그 스타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외면하고 밝은 면에 가려진 어두운 면은 간과한 채 외형적인 모습에 현혹돼 그 길을 꿈꾼다.
학생들의 장래희망의 양상은 단순히 아이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사회가 중시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이며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이 무엇인가를 반영하며, 그 사회의 건강성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직업의 수가 1만 가지를 넘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단지 눈에 보이는 화려한 모습에 현혹돼 수많은 아이들이 연예인, 운동선수를 꿈꾼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장래희망이 그저 자신들이 선망하는 스타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신의 욕구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것인데,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책과 씨름하며 보내는 아이들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이 마흔이 넘게 살아온 필자도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대학 입학고사 성적에 맞춰 대학교와 학과를 정해야 했고, 얼떨결에 정했던 그 학과가 내가 선택해야 하는 직업군의 한계를 이미 정해 놓았다.
그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전업을 고려했을 때에도 내가 이미 거쳐서 왔던 직업의 경력을 무시할 수 없었고, 난 항상 그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흔 넘은 이 나이에 지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솔직히 많지 않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명문대를 나왔건 비명문대를 나왔건 어떤 직업군에 있었건 나이 들면 치킨집 하다가 백수생활로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얘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1만 가지가 넘는 직업군 중에 선택하는 한 가지 직업은 9999가지 직업을 포기하고 얻은 것이다. 따라서 9999가지 직업을 포기한 후에 결정한 한 가지 직업은 나한테 딱 맞는 안성맞춤이어야 한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 멋있어 보이거나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어서 우르르 따라가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통찰할 수 있는 자만이 자신에게 걸맞은 최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1만 가지 각기 다른 유형의 인간이 1만 가지 직업을 조화롭게 선택할 때 그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꿈 찾기'가 중요한 이유다.
방희조 독서칼럼리스트 /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연구원·전문강사 / 전 KBS·MBC 방송작가 / '일하는 학교' 체험적 글쓰기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