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신금융협회(이하 여신협회)가 추진한 신용카드 밴(VAN)시장 구조개선 방안 중 하나인 '신용카드 매출전표 수거센터'가 아직도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협회는 지난 2월 초 '매출전표 공동수거센터'를 열어 카드사들이 개별적으로 밴사에 위탁해 수행하던 종이전표 수거업무를 공동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여신협회는 운영 위탁기관으로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이하 한신네)를 최종 선정하고 사업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운영규약도 마련했다.
당시 여신협회는 매출전표 공동수거를 통해 기존보다 약 10% 비용절감이 가능하며 2012년 카드사 전표수거비용이 1575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경우 연간 약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소 3000여명 규모의 시간제 공공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매출전표 수거센터를 통해 절감된 비용은 궁극적으로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해 사용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청사진을 그린 여신협회와 한신네는 네 달이 지난 지금까지 매출전표 수거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3월부터 2월 카드 매출건에 대한 전표수거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석 달째 여전히 사업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여신협회 관계자는 "8월 사업시행을 목표로 보안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보유출 사태가 예기치 않게 터지면서 보안상태를 다시 점검해 완벽히 준비하려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업무가 차일피일 지연되자 당초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카드사들도 사업진행에 의문을 갖는 가운데 전표수거도 기존 밴사와 업무계약을 유지하는 중이다.
당시 매출전표 공동수거센터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카드사는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5개사지만 이 중 현재 참여를 확정한 카드사는 신한·삼성·롯데카드 세 곳뿐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계속해서 사업이 미뤄지며 아직까지 시행이 되지 않은 만큼 현재 참여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 시행에 대해서도 협회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는 만큼 실제 업무가 시작되면 그때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까지 IC단말기 보급을 마치겠다고 밝혀 매출전표 공동수거센터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C단말기로 교체되면 비밀번호로 본인확인을 하고 전자패드가 보급되는 만큼 종이에 서명을 하는 구형 단말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종이전표를 수거하는 매출전표 공동수거센터 또한 일거리가 없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정서상 IC단말기가 보급돼도 당분간은 전표수거 업무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협회가 공동으로 전표수거를 한다고 해서 동참은 하지만 이익이 없는 사업에 왜 뛰어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기존 밴사에 지불하던 비용을 협회에 주는 것이라 비용절감 등의 이익은 없다"며 "아울러 사업을 진행하려면 가맹점에 미리 고지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움직임이 없어 8월 시행도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 측은 매출전표 공동수거센터는 밴시장 구조개선을 목적으로 카드사들의 밴 의존도를 낮춰 협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으며 수익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올 초 정보유출, IC단말기와 같은 큰 이슈로 밴시장 구조개선 작업이 늦춰지고 있지만 최근 정부가 밴사 관리를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차근차근 절차를 밟고 있다"며 "매출전표 공동수거센터도 보안시스템을 잘 준비해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