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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노동구조, 파견업계도 책임져야"

[인터뷰] 김경란 민노총 비정규직 전략본부 국장

김경태 기자 기자  2014.06.18 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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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파견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소속 종사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3~4개사에 불과했던 폐업이 올해에만 벌써 3개사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억눌렸던 부실이 폭발했다고 보는 시각과 일부기업의 경영부실로 인한 폐업으로 업계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일부기업들은 인력공급을 통해 청년실업난 해소와 노동시장 경쟁력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하는가 하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개선해 철탑산업훈장을 수상, 업계의 위상을 드높이는 기업도 있다. 

이런 가운데 HR서비스산업협회(회장 구자관, 이하 협회) 회장을 지낸 위드스탭스(대표 이상철)의 폐업은 파견 산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 종사자 수 5000, 계열사 5개 등 파견업계 대표기업으로 이름을 날렸었다. 이와 맞물린 파견산업 전반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김경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비정규직 전략본부 국장을 만났다.

전국적 공동임투와 노동법 개정투쟁, 사회개혁투쟁 등을 전개하면서 통일 단결을 강화한 민노총은 지난 1995년 가맹 866개 노조 41만여명의 조합원 조직으로 출발했다.

출범 이래 민노총은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건의 확보 노동기본권의 쟁취 노동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의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특히, 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와 파견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 근로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민노총이 정의하는 파견은 명확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형태의 파견이 아닌 사용자의 편의와 파견사업자들의 이윤 창출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란 민노총 비정규직 전략본부 국장은 "과거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업체가 파견 근로자 직접 고용으로 근로관계가 형성되도록 했지만 지난 1998년 파견법이 만들어지면서 이런 관계가 무너졌다. 외환위기를 기폭제로 간접고용을 법적으로 허가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배제된 기득권층과 거대 자본의 유혹에 빠진 셈"이라고 밝혔다.

법 제정 이후 파견법이 두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32개 업종으로 제한됐지만 여전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 공공이나 제조, 서비스업 분야에서 불법 도급·파견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파견법 제정에 따라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파견 사용업체들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

민노총은 파견기업이 일반 회사라기보다 인력을 공급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인식해 기존 파견업체들과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이 때문에 사용업체에서는 파견 근로자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확한 '갑-을 관계'에 있는 파견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즉 사용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문제 발생시 책임 떠넘기기 수단으로 파견기업을 활용하는 비정상적인 과정을 지금까지 거쳐오면서 사용기업과 파견기업은 서로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비정상적인 동거'를 시작한 셈이다.

김 국장은 파견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이전의 사례를 거론하며, 파견 근로자가 권리를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인력이 필요하면 채용공고나 직접채용을 진행했지만 파견이 허용되면서 기업에서는 단기 이윤추구 전략으로 정규직 채용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게 됐다. 이로 인해 기업은 많은 이익이 뒤따랐다.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주면서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피할 수 있게 되는 12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 기업의 이윤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으로 일을 시킨 뒤 그 효과를 사용자와 파견회사가 나눈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노조 설립도 파견 노동자들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어 정당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현실이다.

김경란 국장은 "보통 노조가 만들어지면 노동자가 단체교섭 당사자가 돼야 하는데 파견 근로자는 단체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때문에 사용 기업은 파견 근로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됐고, 간접고용이나 파견이 확산될 수 있었으며, 심지어 노-노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파견업에 대한 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독일의 경우, 파견은 정부 허가와 상용형 파견으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 무허가 파견은 직접고용토록 제도화 돼 있어 무허가 파견의 난립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허가를 득하면 누구나 파견업을 할 수 있고, 상용형이 아닌 간접고용형태의 파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자본금 1억원과 상시 5인 이상이면 누구나 업계로 진입할 수 있는 낮은 문턱으로 인해 불법으로 전락할 위험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김 국장은 "노동부에 따르면 정식 허가된 파견업체 수는 1998780여개에서 현재 2300여개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이들 업체 대부분은 소기업 노동자로 계약기간이 3개월 미만에서 1년 정도 불과한 비정규직인 만큼 현행 파견업을 상용형으로 바꿔야 한다. 만약 협회 회장사인 위드스탭스가 상용형 파견이었다면 폐업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는 지 반문하고 싶다"며 향후 민노총의 적극적인 법 개정을 예고했다.

앵무새처럼 외치는 "유연성과 비용절감"

현재 독일은 파견 근로자들 대부분이 상용형 파견으로 근무하며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 전국단위 사용업체 사용자들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으며, 임금이나 근로조건에도 기존 사용업체 직원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경란 국장은  
김경란 국장은 "파견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파견업을 상용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김경태 기자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파견은 파견근로자들이 사용업체와 직접 교섭을 진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금이나 근로수준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사용자와 파견업계는 일관되게 "전문성"의 차이가 바로 임금의 차이라고 밝히지만 사실 현장에서 과연 이런 주장이 먹힐지 의문이다.

소위 "유연성""비용 절감"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노동자들의 근로의 대가와 미래의 삶의 희생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민노총이 바라보는 파견의 실체이자 한계인 셈이다.

만약 경제 전문가들에게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시장에서의 성공신화가 과연 노동유연성과 노동비용절감이 해답이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기술 혁신"이라고 반문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난 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에서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 불균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노동시장에서도 파견업계와 사용자들의 일방적 주장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법 개정과 공공서비스 망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경란 국장은 "인력공급과 관련해 민간 파견업 활성화를 규제하고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또 공공서비스 망을 통해 파견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고 시장에 진입할 방안과 민간파견업의 기준을 강화하고 허가 기준을 대폭 수정해 민간보다는 공공서비스 알선책을 강화해야 한다""현행 파견을 진정한 노동의 의미와 공존과 상생의 의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노총은 이번 위드스탭스 폐업을 한 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의 문제로 보고 있다. 위드스탭스가 파견시장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위드스탭스는 이번 폐업을 결정하며 근로자들의 기본권 등 생존과 관련한 문제는 소홀히 했다. 김 국장의 한숨 섞인 걱정이 다시 터진 이유다.

"통계청 통계를 보면 합법적 파견근로자는 20만명도 되지 않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파견 근로자가 있다. 바로 불법파견이다. 위드스탭스는 합법적 파견이지만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소위 업계를 대표하는 회장사 위드스탭스가 이런데 불법파견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불법파견의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해 파견법을 순차적으로 강화하고, 간접고용을 없애야 한다 생각한다."

철저한 근로감독만이 고용차별 근절책

민노총은 현행 파견과 관련된 협회인 HR서비스산업협회(파견협회)와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는 있지만 협업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민노총은 파견업 활성화를 제한하고 있지만 협회는 파견업 활성화에 힘을 쏟는 이유에서다. 이런 만큼 김 국장은 정부의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에 한 번씩 정부에서 파견업체 현황을 발표하는데 이는 너무 형식적이다. 또 노동부에서 불법파견을 적발해 판정을 내리더라도 시정조치나 강제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무허가 파견업체가 난립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파견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만 잘해도 협회 뿐만 아니라 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김 국장은 파견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규모가 줄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용관행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최근 채용공고를 보면 대부분이 파견근로자로 돼 있는데 이를 정규직 채용으로 정착화해야 한다. 그 다음은 동일 유사 업무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힘써야 하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선도하면 일반 기업에도 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