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적대적 인수합병(M&A) 사태에 휘말려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신일산업(002700·대표이사 송권영)이 기존 경영진이 추진했던 유상증자와 관련해 또 다른 소송에 휘말렸다. 회사의 적대적 M&A를 추진하고 있는 황귀남씨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16일 밝혔다.
황씨는 소장을 통해 "회사가 주주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경영권 방어만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증권신고서를 통해 현 경영진의 분식회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더 이상 회사 측의 움직임을 간과하면 다수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3월에도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불복해 주주제안 등록과 주주명부 및 회계장부 열람, 감사해임과 신규선임, 유상증자 철회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
||
| 경영권분쟁에 휘말린 신일산업이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차트는 지난 1년 간 회사 주가 추이를 나타낸 것으로 현 경영진과 황귀남씨 사이의 마찰이 극에 달했던 올해 3월 이후 급등세를 기록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드러냈다. ⓒ 네이버증시 캡처 | ||
16일 금감원 전자공시와 신일산업에 따르면 회사는 보통주 1500만주(약 174억원 규모)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주주배정후실권주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황씨는 유상증자 배정분 가운데 20%(300만주)를 우리사주로 배정된 것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신주발행가액이 1160원으로 지난 16일 종가인 2435원보다 40% 이상 싸다는 점 때문이다.
황씨 측 관계자는 "이는 싼 값에 지금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우리사주 몫을 늘려서 황씨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황씨는 최근 신일산업 주식을 추가로 장내매수해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이달 13일 기준 15.03%를 차지해 김영 신일산업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14.21%)보다 지분율에서 앞서고 있다. 결국 양측의 분쟁이 소액주주들의 몫을 포함한 치열한 지분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와 재판 내용을 지켜본 뒤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주가차액을 노린 악의적인 투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신일산업 관계자는 "일단 황씨의 지분 취득 과정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것인지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기 어렵다"며 "정식 재판절차도 거쳐야 하는데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황씨가 신일산업 경영권을 노리는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초 천안시 입장면 가산리에 약 100억원을 들여 부지 3만3000㎡을 확보했고 신규공장 건설에 착수했었다.
그런데 해당 부지를 매각한 모 회사 오너가 황씨의 지인이며 이를 계기로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지 매각자는 황씨가 지난 주총에서 사내인사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신일산업 측은 천안 지역에 연고를 둔 황씨가 신규공장 건설을 기회로 단기차익을 노린 '기업사냥꾼'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황씨 측 대리인 A씨는 "천안에서만 20년 동안 기업활동을 한 사업가로서 중견기업인 신일산업이 지역 사회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순수하게 투자한 것"이라며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현 경영진은 대다수 소액주주들의 이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먼저 나선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주가 급등을 이용한 시세차익 논란에도 황씨 측은 날을 세웠다.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신제품 개발과 해외진출을 포함해 구체적 활동 계획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신일산업은 고(故) 김덕현 명예회장이 1959년 창업한 이후 줄곧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해왔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선풍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굳혔으며 지난해 말 기준 30%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에 직격탄을 맞았고 감원과 사옥 매각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오너 지분이 10%대로 쪼그라들었다. 다행히 최근 선풍기와 제습기 시장에서 재기해 지난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202억원으로 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