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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29] "허례허식 걷어치운 장례혁명" 우리상포협동조합

마포구도 인정한 금수의·향나무관·리무진 빠진 '소박한 장례'

박지영 기자 기자  2014.06.12 16: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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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지각색이던 지구촌 장례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다. 주류를 이루던 매장(埋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실제 2012년 기준 전국 평균 화장률은 74%로, 10년 전인 2002년 때 보다 1.6배 늘었다. 김안태 우리상포협동조합 이사장을 직접 만나 건전한 장례법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는 효(孝) 사상이 깊습니다. 기본적으로 '부모님 마지막 가시는 길, 잘 모셔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그런 자녀들의 효심을 상술로 이용하는 곳이 오늘날의 상조회사입니다."

김안태 이사장은 서민들 숨통까지 조이는 허례허식 가득한 고비용 장례현실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2013년 9월 우리상포협동조합을 출범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부조리 들춰내고 싶었다"

"팔순 노모가 자녀들 걱정에 용돈을 모아 수년간 상조회비를 냈데요. 그런데 그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선수금을 예치하지 않아 선수금을 모두 날렸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두 눈 멀쩡히 뜨고 코 베인 거죠. 그 뉴스를 보고 분노가 일더라고요. 죽을 때라도 걱정 없이 보내드려야 하는데…. 그때 상조회사 부조리를 들춰내고 올바른 장례문화를 정착시키야 겠다 싶었습니다."

우리상포협동조합이 업계 최초로 후불제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우리상포협동조합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가입 시 10만원만 납입하면 모든 비용은 장례 후 청구된다.

물론 후불제라고 한다면 목돈이 나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상포협동조합에서 장례를 치른다면 그런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240만원만 있다면 돌아가신 부모를 편안히 모실 수 있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입니다" 김안태 우리상포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이 아닌 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에 대해 썩은 물을 예로 들었다. 조합은 이사장 임기가 정해져 있어 자칫 썩을 수 있는 물을 흐르게 해준다는 것이다. = 박지영 기자
실제 우리상포협동조합은 합리적 가격의 장례서비스를 위해 회원가입 시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 받는다. 사전장례의향서란 자신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미리 후손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사전장례의향서에는 부고 알림범위를 비롯해 △장례형식 △장일 △부의금 및 조화 △음식대접 △염습 △수의 △관 △시신처리 △삼우제와 사구재 등 장례방식이 적혀있다.

"기존 상조회사는 수의 하나를 갖고도 상주에게 바가지를 씌웁니다. 관이나 리무진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수의 하나가 비싼 것은 수 천 만원을 웃돈다고 해요. 기본이 수백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언제부터 수의를 입었고, 또 언제부터 기백만원짜리 향나무 관을 썼는지. 예전엔 상을 당하면 방안에 모셨었습니다. 염도 없었고, 결박도 하지 않았었죠. 다 상술입니다."

◆위인 마지막 길 메시지 따르라  

김 이사장은 그 대안으로 종이 관과 한지수의를 추천했다.

"요즘 장례 추세가 화장이라고 합니다. 이건 수치로도 잘 나와 있죠. 그럼 장례식장에서 화장터까지 가는 길에 수 천 만원을 쓴다는 거예요. 제 판단엔 이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장례의향서를 받아 보니 대부분은 장례 때 수의 대신 생전 자신이 아끼던 옷을 더 선호하더라고요. 김수환 추기경이나 김대중 대통령, 법정스님 장례모습을 보세요. 결박도 하지 않고 평소 입고 계시던 옷으로 마지막 길을 가셨습니다. 그래도 자녀로써 예를 갖추고 싶다면 한지수의와 종이 관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종이로 된 수의와 관, 자칫 찢어지진 않을까? 김 이사장은 필자의 고민에 직접 한지수의를 가져와 있는 힘껏 찢어보였다. 결론은 구겨지기만 했을 뿐 찢어진 곳은 단 한쪽도 없었다.

   한땀한땀 지은 한지수의와 재활용지를 활용해 만든 종이 관 앞에서 김안태 우리상포협동조합 이사장이 웃음을 짓고 있다(왼쪽). 찢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필자를 위해 직접 한지수의를 비틀어 보이고 있는 김안태 이사장(오른쪽). = 박지영 기자  
한땀한땀 지은 한지수의와 재활용지를 활용해 만든 종이 관 앞에서 김안태 우리상포협동조합 이사장이 웃음을 짓고 있다(왼쪽). 찢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필자를 위해 직접 한지수의를 비틀어 보이고 있는 김안태 이사장(오른쪽). = 박지영 기자
"보셨듯이 예전엔 한지로 갑옷까지 만들었다고 해요. 재활용지로 만든 종이 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 2톤까지 무게를 견딜 수 있죠. 화장을 한다면 시간이 평균 30분가량 줄어들고, 매장을 한다고 해도 흙 무게를 충분히 견딥니다."

김 이사장은 리무진 절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고인과 직계가족만 태운 리무진이 꼭 필요 하느냐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우리상포협동조합은 장의버스를 개조, 원래 있던 짐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고인이 버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또 버스 안에 유리관을 마련해 직계가족은 물론 사촌지간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

"수의와 관, 리무진 등 허례허식을 뺏더니 장례비용은 뚝 떨어졌습니다. 여타 상조회사는 이 세 개에서 이윤을 챙기죠. 삼배도 필요이상으로 꽁꽁 싸매는 데 쌀 때마다 돈이 되니까 그러는 겁니다. 전 이 장례문화가 범 국민적운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전한 장례문화 선도를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상포협동조합을 다른 공공기관에 홍보해 준 마포구. = 박지영 기자  
건전한 장례문화 선도를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상포협동조합을 다른 공공기관에 홍보해 준 마포구. = 박지영 기자
이러한 올바른 장례문화 선도운동은 우리상포협동조합 본사가 위치한 마포구에서 제일 먼저 알아봤다. 마포구는 우리상포협동조합의 올바른 장례문화를 알리기 위해 모든 공공기관에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다른 구청에 일이 있어 갔다가 우리상호를 보더니 마포구청에서 공문이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우리 구에 건전한 장례문화를 확산하는 상조서비스 전문 업체가 있으니 공공기관의 사회책임구매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참 고맙더라고요."

우리상포협동조합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이뿐만 아니다. 김 이사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 제 또래인 베이비부머는 전쟁을 겪으면서 희생정신이 투철합니다. 그 당시에는 11남매 9남매 하는 집들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그 자식들을 죄다 대학에 보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죠. 내 또래 대학진학률은 22%도 안 된다고 해요. 80% 가까이 몸뚱이 하나로 노동일을 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크면서 그런 친구들이 일자리를 잃었어요. 배운 것도 없어 또 다른 일자리 찾기도 힘들고…. 그런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