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양증권 인수를 매듭지은 유안타증권이 조직을 철저히 '금융브레인'으로 채우며 강력한 '친정(親政)체제' 구축에 나섰다. 법조인 출신이 독식했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직을 모두 전문 금융인 또는 경제전문가로 교체하는 한편 본사 수석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세운 것이 골자다.
앞서 싱가포르 2위 증권사인 킴응홀딩스에 대해 업무제휴 형식으로 경영권을 틀어쥐었듯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대주주의 신분으로 본격적인 한국증시 입성을 선언한 셈이다.
◆법조인 사외이사 임기 못 채우고 '줄사퇴'
동양증권은 지난 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서명석 사장을 재선임하고 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을 새 사내이사로 임명했다. 11일 유상증자 신주대금 납입이 완료됨에 따라 동양증권은 12일 이사회를 거쳐 두 사람의 공동대표 체제로 꾸려진다.
황 부사장은 캘리포니아대 MBA 출신의 재원으로 대부분 국제금융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황 부사장은 싱가포르 킴응홀딩스 전무(Executive Director)와 리치유니온 투자컨설팅사 대표를 지냈고 유안타증권에서는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으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기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3명이 '일신상의 사유'로 줄줄이 중도 퇴임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법조인으로 이동근씨는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장 출신, 김명진씨는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를 역임한 변호사다. 양명조씨는 현재 이화여대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교롭게도 동양증권은 작년 말 기준 국내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은 송사에 얽혀 있는 탓에 일각에서 법조계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해 후광을 얻으려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도마에 오른 이른바 '관피아' 딱지를 뗀 동양증권은 후임으로 모두 경제통, 특히 국제금융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이들의 약력을 꼽아보면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을 통해 추진하고자하는 신사업의 대략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국내 법인영업·아시아 무대 글로벌 IB '투트랙 구상'
지난 9일 임시주총에서 신규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사는 모두 4명이다. 권성철씨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일리노이대 경영학박사 출신으로 메릴린치증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현대증권 전무를 거쳐 한국벤처투자 사장 및 한국투신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박우규씨는 서울대 토목공학, 카네기멜른대학원을 거쳐 SK증권 경제연구소장과 SK텔레콤 부사장을 역임했고 SK경영경제연구소장으로 일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영입됐다. 신 교수는 홍콩과기대 조교수와 한국재무학회 연구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NICE홀딩스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황원춘씨는 30년 가까이 산업은행계열에서 활약한 터줏대감이다. 산업은행에서도 국제기획부와 국제금융실장, 싱가포르지점장과 우즈베키스탄 UzKDB행장을 지낸 만큼 아시아 금융시장에 정통하다.
두 공동대표와 함께 비상무이사로 선출된 홍성혁씨는 벤처창업투자 관련 경력이 풍부하다. 홍씨는 1990년대 다우오리엔탈 대표와 KB창업투자 파트너를 거쳐 현재 엠벤처투자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동양증권이 서 사장을 중심으로 한 국내법인영업 파트와 황 부사장이 이끄는 해외영업파트로 '투트랙(Two-track)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를 무대로 IB(투자은행) 업무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동양증권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상향조정하고 후순위채 신용등급 역시 'BB+'에서 'BBB+'로 올렸다. 대주주인 유안타증권이 신주대금 2750억원을 완납하면서 경영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른 덕분이다.
'동양사태' 이후 투기등급 직전의 신용등급을 받아 법인영업이 단절됐던 동양증권은 이번 등급상향을 계기로 다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