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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디자인으로 범죄 예방? '셉테드' 다시보기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6.10 15: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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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말 안전행정부에서 실시한 대국민 안전체감도 조사결과 사회 전반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비율은 33.3%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성폭력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여성의 비율은 51.6%로 조사됐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셉테드(CPTED)'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저도 처음 이 단어를 접하고는 어떻게 읽어야할지 난감했는데요. 바로 범죄예방디자인 '셉테드'라고 합니다.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한다고 하니 의아한 분들 많으실 텐데요.

이제 안전은 누구나 공감하는 최우선 가치가 됐습니다. 안전은 행복의 전제조건이자, 행복 그자체이기도 하지요. 특히,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현대 도시사회에서는 '범죄로부터의 안전'이 필수입니다.

매력적인 도시 미국의 뉴욕도 한때는 범죄도시라고 불릴 만큼 범죄 문제가 심각한 곳이었는데요. 바로 이 곳이 셉테드가 태어난 고향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셉테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많은 도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건출물의 셉테드를 심사해 인증해주는 '셉테드 경찰관'도 있다고 하는데요.

셉테드의 기본 원리는 △자연적 감시 △자연적 접근 통제 △영역성 강화 △활동의 활성화 △유지관리 입니다. 가시권을 최대화시키는 디자인을 통해 침입자를 감시하고, 사람들을 일정한 공간으로 유도해 그 외 통로로의 접근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또 공적·사적 영역을 구분해 사적 영역 침범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 시켜 범죄 발생률을 낮추는 데 일조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은 어떨까요? 서울에도 셉테드가 곳곳에 적용돼 있는데요.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10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를 개정해 새로 지정되는 모든 뉴타운에 셉테드를 적용토록 했습니다. 실제 2012년에는 범죄예방디자인 시범사업을 선보여 범죄예방에 큰 효과를 봤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곳은 영국 범죄예방디자인센터에서도 공동체 기반으로 구시가지에 셉테드를 적용한 최초의 사례이자, 셉테드 패러다임을 바꾼 제3세대 셉테드라고 명명했습니다.

그곳은 바로,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인데요. 옛날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소금쟁이들이 이 곳에 터를 잡아 살아왔다고 해서 불린 이름이 바로 염리동입니다. 인심 좋은 주민들이 모여 살던 이 곳은 최근 몇 년간 재개발이 늦춰지면서 살고 있던 주민들이 하나씩 떠났고, 마을은 점점 흉물스럽게 변하고 말았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시는 2012년 4월 이곳을 '소금길'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장소로 선정하고, 안전한 염리동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마을 입구에는 '소금나루'가 세워져 있는데요. 이 곳은 쉽게 말해 이 마을의 주민 사랑방입니다. 소금길 곳곳에 노란색 대문을 한 '소금지킴이집' 6가구에 설치된 카메라 영상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평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취약지역을 순찰하는 주민들의 안전한 거점이 되는 24시간 초소인 셈이죠. 소금지킴이집 대문 앞에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신고버튼이 설치돼 있어 더욱 든든합니다.

그런가 하면 '소금길'은 비좁고 어두워 범죄에 대한 주민들의 두려움이 높았던 '핫스팟' 1.7km을 연결해 만든 산책·탐방로입니다. 거리에 따라 A코스와 B코스로 지정돼 있는데요. 1번부터 69번까지 번호등을 설치해 쉽게 코스를 따라갈 수 있도록 조성됐습니다.

예전 집 담장 위에 있던 무서운 쇠창살이나 거부감이 드는 유리조각 담장은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사람들을 표현한 조형물로 새롭게 태어났는데요. 바로 이 조형물에 적용된 셉테드의 원리가 '자연적 접근통제'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어 골목 한가운데에는 추억의 '땅따먹기' 라인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는 셉테드의 원리 중 '활동의 활성화'를 적용한 사례죠. 사람의 발걸음이 뜸한 이곳에 아이들이 나와 뛰어놀 수 있도록 해 범죄를 예방토록 한 것입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소금길이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3월 설문조사 결과, 범죄예방효과 인식은 78.6%, 만족도는 83.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5대 범죄 발생률도 2012년보다 감소했고, 그 중 강간사건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니 효과가 대단한데요.

주민들이 소금길을 오르며 건강을 되찾고, 구석구석 그려진 벽화를 관람하며 즐거워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이 곳을 순찰하는 경찰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범죄예방디자인 셉테드의 핵심 원리입니다.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한다는 말, 이제 실감이 나는데요.

아!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은 셉테드의 일환으로 구미시 구평동 내에 '여성·아동 안심귀가구역 시범거리'를 조성·운영하고 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