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재 기자 기자 2014.06.09 18:33:24
[프라임경제] KB금융그룹 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이 짊어진 안팎의 따가운 시선이 날카로움을 더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그룹 내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억될 '동반 중징계'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이들을 포함한 경영진에 일련의 사고를 이유 삼아 중징계 결정을 사전 통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B국민은행지부도 그룹의 '낙하산 인사'를 또다시 화두로 삼았다. 금융권 전체에 미칠 파장도 고려할 문제라는 지적도 새나오는 형국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금융사고와 최근 벌어진 내홍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9일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는다.
개인정보 유출과 도쿄지점 비리 등에 연루된 전·현직 임원과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사외이사, 감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 확정되면 막대한 타격 불가피
이날 사전 통보 후 26일 있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 이상이 확정되면 해당 임원은 일정기간 임원선임 자격에서 배제된다. 아무래도 제재 수위에 귀추는 주목되지만, 업계는 최근 사태를 종합하면 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 확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기관경고마저 확정되면,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와 관련, 임 회장과 이 은행장은 각각 분사한 국민카드 고객 정보 5000여만건이 새나가면서 당시 국민은행 고객 정보 1000여만건이 유출된 점, 그리고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대출 사건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
아울러, 이들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불거진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책임도 면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5일 특별검사를 마무리 하면서 리베이트 혐의는 못 찾았지만, 이외 문제점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징계는 거의 확실한 것 같지만, 나와봐야 안다"고 운을 떼면서 "중징계가 이날 통보되고, 이후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로 넘어간다"며 "경징계는 금감원 내부에서 처리되지만, 중징계는 절차가 그렇다"고 말했다.
◆"KB 문제만은 아니다" 곳곳 대응책 마련 강조
KB금융 사태를 둘러싼 금융 산업 전체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같은 날 임 회장과 이 은행장의 책임경영을 도마에 올리고, 금융산업의 전반적으로 퍼진 '낙하산 인사'를 지적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금융부분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KB국민은행지부가 주관하고, 박영선·김기준 국회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경제연구소가 주최했으며, 임 회장과 이 은행장 간 내부 갈등에서 촉발된 '관치금융'의 문제점과 '모피아' '관피아'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집중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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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9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좌)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융산업 전반적인 '낙하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 프라임경제 | ||
같은 당 김기준 의원도 "현재 금융지주회사체제는 대단히 기형적인 구조"라며 "이번 기회에 금융지주회사의 내부통제 기능 및 경영전반에 관한 사항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어떻게 바꿀지 깊은 고민과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여기에 더해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KB국민은행에서 현재 벌어지는 사태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와 더불어 지주회사 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근본 이유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일변도 정책과 감독부실, 경영진의 이해도 부족과 과도한 실적 밀어내기"라고 지적했다.
유주선 금융경제연구소장도 금융 산업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간 국내외에서 일어난 경제위기가 설명을 뒷받침 한다는 것.
유 소장은 "그간 우리 금융산업은 관료들의 사리사욕과 연결된 낙하산 인사 문제로 역할이 크게 왜곡돼 있다"며 "낙하산 인사 문제의 해결 없이는 더 이상 금융 산업 발전과 나아가 국민 경제의 바람직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제대로 된 금융지주회사 체제 요구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발제문에서 최근 KB그룹 사태를 금융기관 '모피아' 등의 문제로 물꼬를 텄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는 정권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충원됐다"며 3대 정책 과제로 △금융기관 임원의 자격요건 강화 △금융 기관 임원에 대한 책임성 강화 △금융지주회사 및 임원의 책임성 강화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국민은행 이사회의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내분은 경영상 이견의 외부 표출과 결과적으로 KB금융그룹의 명성 실추 및 기업가치 훼손"이라며 회장과 은행장, 사외이상 및 감사의 리더십 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윤 교수는 △낙하산 금지법 제정 △감독 당국의 중립적 역할과 정부의 솔선수범 △지주회사 체제 변화 모색 △임원추천위원회 활성화를 대응방안으로 내걸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요수이자,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정책 관료 출신의 CEO 낙하산의 경우 전문성이 결여돼 조직 장악과 관리 능력을 훼손시킨다고 적시했다. 김 교수가 제안한 'CEO 승계 프로그램 구축'은 현CEO가 차기 CEO 후보군을 발굴하고, 훈련시키며 홍보하는 관행 정착이 골자로, 지주사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성낙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KB금융지주는 특정 최대주주가 없어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으로부터의 외압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지주사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사주조합 정상화와 임직원 지분율 확대 △임직원 추천의 사외이사 선임 △내부승계시스템 투명화와 임직원 참여 보장 △지주사와 계열사 노조 간 협의회 실시 등을 향후 투쟁 방향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