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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는 '국가개조론'이다

백병훈 국가연구원장 기자  2014.06.09 14: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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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을 물었고 기회도 줬다. 여권은 엄청난 세월호 후폭풍 속에서도 자리수를 좀 더 늘려 '정권 심판론'을 버텨냈다. 일단 반전의 계기는 잡았다.

야권은 정권에 비수를 꼽는데 실패했지만 중원 들판과 교육을 장악하는 소득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여야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 절묘한 균형과 견제를 만들어 냈다.

이제는 국가개조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 삼아 정치권은 자기반성의 터전 위에 국가생존과 발전을 위한 시대적 변화요구를 온 몸으로 안아야 할 때가 됐다. 그래서 한국정치사상 유례없는 '국가개조론'이라는 거대 담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나라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대안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통렬한 참회와 자책의 결과물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기본이 무시된 채 질주했던 국가사회의 총체적 적폐가 남긴 후과였고, 그것을 앞선 세대와 지금의 기성세대가 바로 잡지 못했던 결과였다. 야권도 냉소주의로 바라보지 말고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국가개조작업에 협조해야 한다.

그 여망을 담아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야에 '질책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지 않았던가?

차제에 정부는 원대한 국가전략목표를 다시 확인하고 비전을 세워야 한다. 기본이 무시됐던 국가사회의 난맥상을 청산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법과 질서를 세워 대한민국의 복원력을 키워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던져진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다. 허물 것은 허물고, 세울 것은 세워야 한다. 당장 정부조직 개편과 혁신, 여권 내부의 인적 쇄신, 관피아 척결, 공공기관 개혁 등 약속했던 국가 차원의 개혁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이런 뜻에서 '국가개조론'의 차분한 국민적 담론도 필요하다. 따라서 제도, 시스템 개선은 물론 국가개조 차원에서 낙후된 정치도 바뀌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의 책임이 컸다.

그들은 한국정치사회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을 바로잡지 못했다. 제 역할을 방기했고 동조했으며, 같이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특권 지배층이라는 거대한 착각으로 정치를 유린했고 국민을 기만했으며, 하대하고 무시한 측면이 있다.

한 마디로 그들은 4년마다 자기를 뽑아 준 선거가 끝나면 정치판의 귀족으로 부활하는 그래서 선거 때마다 탄생하는 유권자의 새로운 정복자였다. 이제 낡은 정치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 그들이 황금의 다리를 건너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멸시의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가개조론의 필요충분조건은 정권은 무수히 바뀌어도 정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한국정치변형주의'의 혁파에 있다.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소망하는 새로운 정치는 기본이 서서 법치와 질서가 존중받고,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마음의 증오를 녹여내야 한다. 소박한 사람들의 분노를 희망의 언어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젊은이들을 애국심에 열광케 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는 애국심을 놓고 경쟁하는 정당이 나올 수 있고, 북한 동포들에게는 조금만 참아줄 것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명령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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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국민 앞에 무한책임을 지는 '봉사의 정치'여야 한다. 그래서 "어려울 때 정치를 찾아라. 정치가 희망이다"라고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개조는 파괴와 변경에 앞서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먼저 훔쳐내야 한다. 그래서일까, 러시아 시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말했다.

"새롭고 더 나은 길을 개척하는 것은 혁명이나 개혁이 아니라, 영감과 예지에 찬 영혼인 것이다."

백병훈(국가연구원장·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