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화인베스틸(대표이사 장인화)이 3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설립 7년 만에 본격적인 코스피 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이른바 '철강업계 벤처'로 불리는 화인베스틸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철강업황 부진과 국내 조선업체들의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가 공모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거쳐 공모자금의 80% 이상을 차입금 상환에 집중해 단기유동성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 화인베스틸의 복안이지만 앞서 상장한 경쟁업체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움직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현대제철·동국제강 이어 형강업계 3위
조선용 형강 시장에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기존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화인베스틸은 중소형 선박용 후판 지지대(인버티드 앵글)를 주력 생산한다. 인버티드 앵글이 작년 전체 매출액의 74%를 차지하고 있지만 모회사인 동일철강과 더불어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형강생산량 가운데 앵글형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16.6%, 화인베스틸은 이 중 점유율 30.7%를 차지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2012년 현대제철(65.74%), 동국제강(18.88%)에 이어 5.96%를 기록했고 인버티드 앵글부문에서는 지난해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회사 관계자는 "조선용 형강인 인버티드 형강은 국내에서 현대제철과 우리만 생상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며 "2010년 포스코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아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받고 있고 2012년에는 주요 고객사인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품질부문 우수협력사'로 선정될 만큼 기술력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업계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철강 내수 수급량은 2년 연속 4% 이상 감소했다. 올해 4월 이후 원화강세와 철광석가격 하락 등 부정적인 변수도 여전하다.
◆올해 철강섹터 수익률 코스피比 -4%p "업황 낙관 어려워"
이는 철강섹터의 수익률로도 드러났다. 5월 철강금속지수 수익률은 코스피대비 -2.0%포인트 밑돌았고 올해만 -4%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원재료 값이 하락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제품가격 하락 압력도 거세진 탓이다.
박기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철강섹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기가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톤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중국 철광석 수입가격이 지난달 98달러선까지 하락하면서 중국 금융시장도 철강, 광산업체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020원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역시 부담이다. 박 연구원은 "원화강세 추세가 길어지면서 수출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고 내수시장에서 철광석 값 약세 영향이 겹치면서 제품가격 하락으로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화인베스틸의 생산제품 88%가량이 '조선용 형강'이라는 점에서 원화강세가 오히려 수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박가격(선가)은 원화가 강세일수록 올라가기 때문이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은 설계부터 건조까지 대부분 국산화돼 조선소는 원화선가를 기준으로 선주들과 수주협상을 한다"며 "조선업체가 수주를 받으면 환헤지(선물환매도)를 하고 업체들의 환헤지 물량이 늘면 원·달러 환율은 강세를 유지해 다시 수주선가가 올라가는 식의 구조"라고 설명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690만CGT로 작년보다는 저조하지만 2011년 3580만CGT, 2012년 2550만CGT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조선소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금액이 큰 고부가 선종 위주로 수주하기 때문에 물량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발주량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선박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며 "아시아 조선사들은 대부분 일정수준의 수주잔고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설립된 신생업체로 재무제표 상 드러나는 불안요소 역시 적지 않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이 247%가 넘어 100~200% 사이인 동종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기업의 단기 채무지급 능력을 가늠하는 당좌비율은 26.1%, 유동비율도 81%에 불과해 단기 유동성 불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보통 기업 유동비율이 100% 이상이어야 당장 부도위험이 없는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대표주관사인 현대증권 관계자는 "1차 철강업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아 재무안정성비율은 업종평균에 비해 다소 뒤진다"면서도 "최근 3년 동안 지표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작년 말에는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었고 순이익률도 7%를 웃돌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화인베스틸은 공모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 밴드 하단인 주당 4500원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총 공모자금은 280억9300만원이며 이 가운데 51억4300만원(18.3%)은 공장증축과 기계설비 확장에 쓰인다. 나머지 229억5000만원(81.7%)은 내후년까지 장기 및 단기차입금 상환에 모두 투입된다.
한편 회사는 설립 3년차인 지난 2009년까지 1290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1년까지 130억원 상당의 누적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 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241억원, 당기순이익 169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1분기에는 71억원의 영업이익과 46억6000만원의 분기순이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