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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정부기관 꿰찬 우정사업본부 출신들, 대개혁 뒷받침 가능?

우정에 경쟁우위 있어야 살아남는데… 뒷받침할 기구들은 나눠먹기 태평시대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6.03 17: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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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나라 관료 출신이 자리를 독식하고 개혁을 방해하는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각 정부부처와 산업 영역별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수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탄생한지 얼마 안 된 부처로 이른바 낙하산 인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비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은 그와 조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래부로 이관된 우정사업본부에서 이 본부 출신들이 산하 준정부기관에 내려가는 상황이 두드러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정사업본부가 '기업형 정부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경영자율권 등이 강화됐지만 이런 주문을 잘 살리는 드라이브를 거는 데 아직 시간이 걸리고 있는 상황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틀이 바뀌고 더 효율적인 조직으로 움직이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지만 이 같은 패턴에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정부예산 지원 없이 자체 수입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곳인 만큼, 민간과 경쟁을 하려면 이 같은 관행이 문제가 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힘 실릴 것으로 예상…보험사업단에 금융위 출신 배분 등 구체제 답습

당초 지식경제부에서 새 정부 들어 생긴 미래부로 우정사업본부가 이관될 때까지만 해도 미래부가 매머드 부서인 만큼 외부 입김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기능 강화를 위해 미래부와 별도로 우정사업본부 직제를 두기로 정치권이 합의했고, 실제로 2013년 6월에는 우정사업본부장이 직접 조직 협의권을 행사하고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경영자율권과 독립성이 한결 강화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담긴 우정사업본부의 조직에 관한 사항을 분리해 규정한 '우정사업본부 직제'가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금융위원회 몫으로 인식됐던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에 다시 금융위 출신이 영입된다든지(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장이 이동) 기대가 모두 충족되지 못한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일방적으로 외부의 몫을 챙겨주는 피해만 보는 것도 아니다. 우정사업과 관련해 여러 준정부기관 등이 설치돼 있는데, 우정사업본부 출신들이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금융개발원의 경우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장, 지방체신청장을 지낸 인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데다 채용 비리 문제가 2013년 국정감사에서 비판을 받았다. 전임 원장이 지방체신청장과 금융사업단장 등을 역임한 내부 인사였지만, 그 뒤에 등장한 인사도 우정사업본부 출신(지방우체국장 역임)이다.
   우정을 둘러싼 각종 대개혁 요청이 국내외에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우정관련 준정부기관들이 이 같은 상황에 뒷받침을 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우정사업본부 공직자 출신들이 수장을 꿰차는 과거 패턴에 안주하고 있고 공기업 경영평가 등에서도 평이 안 좋은 등 구습에 머물고 있다. 사진은 큰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무인우체국 사진. ⓒ 우정사업본부  
우정을 둘러싼 각종 대개혁 요청이 국내외에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우정관련 준정부기관들이 이 같은 상황에 뒷받침을 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우정사업본부 공직자 출신들이 수장을 꿰차는 과거 패턴에 안주하고 있고 공기업 경영평가 등에서도 평이 안 좋은 등 구습에 머물고 있다. 사진은 큰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무인우체국 사진. ⓒ 우정사업본부

우체국시설관리단 역시 지난해 가을 우정사업본부에서 감사담당관 등을 지낸 새 이사장이 임명됐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도 현 정부 들어 새로 인선된 곳이나, 이 곳의 이사장도 우정사업본부 감사담당관 출신이 자리를 잡았다.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 이사장도 마찬가지로 우정사업본부로 몫이 돌아간 케이스다.

◆내부 출신 이동에 만족…개혁 주문 수용하는 데 한계?

이미 언급했듯 우정사업본부 금융사업단장 출신이 물류지원단으로 가거나, 예금사업단장이 지방체신청장 등을 거쳐 준정부기관으로 가는 식의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러 준정부기관이 독립적인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관료들의 보직처럼 활용되는 '순환보직' 내지 '챙겨주기' 역할로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물론 개중에는 보직을 맡는 등 관련 영역을 경험하거나 해서 전문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편을 떠받칠 새 수익원 창출 필요성이 높고 우체국 금융에 대한 민영화 주문도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내부 출신의 장악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외부 수혈을 통한 아이디어 수용이나 체질 개선이 가능하도록 바꿀 필요가 높지 않냐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책임운영기관으로 독립회계로 운영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 일반회계에서의 손실보전 지원이 아닌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명시된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생긴 특별회계의 이익금을 다른 특별회계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출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특례법에 따라 우체국 예금의 이익에서 보전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우편요금 인상을 통해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장병완 구 민주당(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장이 2013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것도 이런 근거 때문이다.

◆우정 앞에 대변혁 물결, 준정부기관들 뒷받침 준비됐나?

더욱이 각 준정부기관 등이 지금과 같은 틀에서 가장 적합한 시스템 등 개선 아이디어를 낼 필요성은 물론, 이제까지의 구조가 원천적으로 바뀌는 수술 국면에 대한 뒷받침 역할을 할 필요는 더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우정정보 – 2013 겨울호'에 실린 '우정사업 위기와 대응노력에 관한 소고'를 통해 우편사업에서 독점구조는 변화가 예상되기에 각국 우편사업자가 연금 부담·인력의 유연성·보편적서비스 제공 의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경우에는 2013년 11월 '우체국금융 민영화의 해외사례와 정책적 시사점'에서 우체국금융의 민영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황은 점점 더 큰 폭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는데, 2000년 우정사업본부가 출범한 이후 준정부기관 등은 전체적으로 외부수혈과는 전혀 거리가 먼 틀에 안주해 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큰 이권이 오가는 노른자위 자리를 장악하는 전형적 관피아 폐단이 아니더라도, 전직 우정사업본부장 출신 인사의 자제를 부정 채용하는 등의 "우리가 남이가?" 식의 문제는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체질 개선을 차제에 강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은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