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콜센터산업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올해 현재 콜센터에 종사하는 근무자 수는 약 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상담사들은 점차 다양화·전문화한 업무로 고객의 애로사항을 최접점에서 해결해주고 있지만 고객 불만과 폭언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상담사들은 감정노동에 따른 우울증뿐 아니라 △성대결절 △급성후두염 △VDT증후군 △손목터널 증후군 등 업무와 관련된 직업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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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콜센터 종사자들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 △욕설 △성희롱 등의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프라임경제 |
특히 콜센터 종사자들의 68%는 고객의 무리한 요구 탓에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고용기업으로부터 안전보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위한 안전보건 점검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담사 위협하는 여전한 공포 '언어폭력·성희롱'
감정노동은 직업상 고객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이 양호한 상태든,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친절하게 고객에게 응대해야 하는 업무다. 이 때문에 상담사들은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감정노동을 일상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이는 △과잉의 친절한 목소리 요구 △자신의 자연스런 감정을 억눌러 발생하는 감정적 무감각 △거짓 자아 수 △자기 모멸감 심화 등 정신적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는 게 한국노동연구원의 견해다.
아울러 지난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콜센터 종사자들이 응답한 폭력 경험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68%)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72%) △욕설(65%) △성희롱(32%) 등이다.
이런 상황에도 대다수 상담사들은 언어적 폭력에 대한 대응 스크립트나 매뉴얼이 없어 고객의 언어적 폭력에 적절하게 맞서지 못하고 있었으며 고객 전화를 끊지 말라고 교육을 받거나, 전화를 먼저 끊으면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 AS센터 기사는 고객 폭언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으며 모 고객센터의 한 여성 상담사는 고객과 소비자 상담업무 중 언쟁이 생겨 두통이 발병했고 통화종료 후 구토 증상을 호소하다가 화장실에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원인의 폭언·성희롱에도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근무환경에 따라 우울증이 생기고 심각한 경우 '죽고 싶다'는 심리적 질환을 호소하는 상담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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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앉아 반복적인 일을 수행해야 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은 등·척추 통증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 프라임경제 |
이외에도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를 더 살피면 상담사들은 의자에 장시간 앉아 반복 동작을 계속 수행하는 만큼 △목·어깨 통증(24%) △두통·집중력 장애(14%) △근육·척추 통증(54%) △허리부위 이상(16%) △대퇴부 넓적다리 통증(19%) △무릎·다지 통증(29%)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 상당수 상담사들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 특성으로 성대결절에 시달렸으며 무엇보다 지나친 스트레스에 따른 흡연과 음주비율이 타 업종 여성근로자들보다 높았다. 실제, 여성상담사들이 주로 근무하는 대형 컨택센터에서는 여성 전용 흡연공간을 마련할 정도다.
◆작업환경개선·질병 예방프로그램 운영 필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상담사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상담사들의 성대결절 발생 방지를 위해 실내 공기질을 청결히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6개월에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방제 및 청소를 실시해 미생물로 인한 공기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고용기업은 상담사 체형에 맞는 의자와 책상, 가벼운 헤드셋, 키보드 트레이 등의 교체가 필요하며 적절한 휴식시간과 휴게시설을 제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고객 응대 표준지침을 마련하고 고객 욕설·폭언 등 감정노동이 심한 경우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마련이 시급하다는 첨언도 있었다.
한편 120다산콜센터에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상담사들을 폭언·성희롱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이철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과장은 "상담사들 역시 문제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양상을 일일 행동기록지에 적어 스스로 원인을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구나 생각, 감정 등을 명확히 주장하는 방법을 훈련함으로써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