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 미래의 침몰이었다. 그 안에 대한민국의 푸른 미래가 가득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맨 앞줄에는 인간과 사회 구성원이기를 포기했던 그들의 중심에는 영혼을 포로로 잡아 옭아맨 인간 야수성의 그늘진 음습함이 있었다. 제도결함과 관행적 부조리, 당국의 움직일 수 없는 실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무능력과 크고 작은 리더십의 부재는 이 사건의 옆자리에 있었다. '국가개조론'이라는 거대 담론이 고개를 든 이유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통렬한 참회와 자책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은 엄중하다.
어떻게 보면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고 피해자다. 기본이 무시된 채 질주했던 국가사회의 총체적 적폐가 남긴 후과였고, 그것을 앞선 세대와 지금의 기성세대가 바로 잡지 못했던 결과였다.
그런 면에서 정치의 책임이 크다. 그들은 한국정치사회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을 바로잡지 못했다. 제 역할을 방기했고 동조했으며 같이 했다.
그들은 세월호 정국에서 국민들 앞에 나설 자격조차 없다. 국민이 정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버렸다는 명제가 재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텅 빈 가슴과 무너지는 자괴감으로 촛불이 나섰다. 선량한 시민들의 분노의 행진은 이유 있는 항거이다. 우리 사회에는 건국 이래 지금까지 쌓여온 국가사회의 난맥상을 바로잡아 기본을 세워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던져진 것이다.
그러나, 이 절박한 상황에서 국가사회적 위기를 냉소주의로 바라보지 말자. 지금은 남은 수색구조 작업을 끝까지 마무리하면서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잘잘못을 따져 법 앞에 세울 것은 세우며, 허물 것은 허물고 고칠 것은 고치면서 유가족과 상처받은 국민들을 보듬고 용서를 구해야 할 때다.
비록 안타까움과 울분에 찬 분노가 차가워야 할 이성을 뜨거운 광기로 맞바꾸었다 하더라도 버릴 때는 버리는 버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이성을 벗어난 '분노의 사회학'이다. 분노는 하되 분노함의 샘물 같은 순수는 순수로 남아야 한다. 분노하는 세월호 정국의 국민감정을 빛바랜 정치로 덫 칠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언젠가는 그들의 희생을 증오와 분노를 뛰어 넘어 희망의 언어로 승화시켜내야 하고, 이 수고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걸머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6.4지방선거는 세월호 민심을 반영할 것이다. 정권의 위기, 국가 위기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백병훈 국가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