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NS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서 "제일 큰 식당, 제일 큰 호텔, 제일 큰 옷집, 제일 큰 유원지, 제일 넓은 사무실.-우리 2등들이 재미없어 하는 것들/ 로맨틱한 식당, 편안한 호텔, 센스 있는 옷집, 생각 깊은 유원지, 내 일에 맞는 사무실.-우리 2등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라며 "우린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습니다"라고 나름의 각오를 전했는데요. 평범한 1등보다는 좀 더 고객편의를 중시하는 2등이 되겠다는 각오처럼 보입니다.
정 사장은 왜 이런 각오를 밝히게 됐을까요?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열린 신한카드 간담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날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경영을 통한 신상품 혁신'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통해 만들어낸 고객 인사이트 모델 'Code 9(이하 코드나인)'과 이를 적용한 첫 번째 신상품을 소개했는데요.
신한카드의 새로운 상품체계인 코드나인은 기존 '단순함'을 강점으로 삼은 현대카드 '챕터2'와 반대되는 것이었습니다. 신한카드는 지금까지 카드 상품들이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언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보다는 각자 편의에 의해 고객을 분류했다며 신한카드는 고객마다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카드의 훈민정음, 우리카드의 가나다, 현대카드의 챕터2 같이 상품라인을 단순화한 카드사들에게는 곱게 들릴 수 없는 멘트였는데요. 이날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현대카드 챕터2와 다른 점을 묻는 질문에 "현대카드의 마케팅은 2등이라 가능한 것"이라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신한카드는 현대카드와 태생자체가 다르며 현대카드와 같이 특정 고객에게 집중한 디마케팅(demarketing)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카드가 챕터2를 발표하며 상품을 포인트 적립형과 캐시백으로 나누고 전월실적이 5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만 혜택을 제공한 것을 꼬집은 것인데요. 디마케팅이란 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적절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상품체계부터 '2등'이라는 표현까지 현대카드 입장에선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가 오고간 것인데요.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 정 사장 또한 한 네티즌의 '신한카드가 현대카드를 2등이라고 발언한 것 때문에 위트있게 글 남기신 것 같네요'라는 댓글에 '얼떨결에 공인 2등이 된 이상 각오라도 밝혀야죠'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현대카드는 '카드사가 각자 편의에 의해 고객을 분류했다'는 신한카드의 지적에도 반박했는데요.
현대카드 관계자는 "상품은 단순화했지만 그 안의 메커니즘은 훨씬 복잡해졌다"며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인터넷 쇼핑에도 접목하는 등 고객 니즈를 찾고 발전시키는 것이 카드 수를 늘리는 것보다 고객에게 유용하다고 생각한 결과물이 챕터2"라고 설명했습니다.
각 카드사들이 신상품을 내놓으며 마케팅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는데 다른 대상을 깎아내리는 과한 경쟁은 고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건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 그리고 변치 않는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