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의 상생경영활동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라는 말이 어느덧 빠지면 허전한 화두로 자리 잡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기조로 내세운 '창조경제'로 중소기업육성과 상생, 골목상권보호, 정거래 등이 역점정책에 꼽히면서 대기업에 있어 상생경영은 피하기 힘든 이슈가 돼 버렸다.
상황이 이런 탓인지 삼양사는 계열사인 식자재유통 브랜드 서브큐를 통해 동네빵집과 상생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팥빙수 5종을 출시했다고 2일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서브큐는 소규모 자본으로 제품개발이나 판촉이 어려운 동네빵집에 삼양사의 제과제빵 기술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주고, 삼양사 제과기능장과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공동 개발한 팥빙수의 레시피북과 홍보포스터를 전국 4500개 동네 빵집에 배포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해당 레시피는 홈페이지 신청을 받았을 경우에만 제공할 뿐, 직접적 기술 전수나 지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4500개라는 동네 빵집 역시 추정치에 불과했다.
최근 지상파 및 케이블 등 일부 방송사는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알찬 정보보도를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듯이 홍수처럼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만 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참신한 요리비법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며 상생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지 않는다. 상생은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에서 정의한 상생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기업의 상생경영이라는 말이 화두지만 과도한 남용은 결국 대기업이 경쟁력 강화나 브랜드 제고 차원으로 중소기업에 베푸는 '생색내기용 연례행사'로 비난받기 십상이다.
최근 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정부의 역점사업을 진행했던 사회적기업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정부 지원이 줄었다"면서도 "하지만 대기업에서 먼저 접촉해 지원하겠다고 내미는 손을 통해 그간 고생을 잊을 수 있었다"고 기업의 지원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물론 이번 발표와 관련해 삼양사의 모든 '상생경영' 행보에 딴죽을 거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삼양사는 150회 이상 순회기술세미나를 개최해 동네빵집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홈페이지 신청자에 한해 팥빙수 조리법 책자 및 포스터를 지원하는 것은 '골목상권을 타이틀로 삼아 상생이라는 말을 내걸 정도의 사안이었을까'하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는 재능기부처럼 기업 전문성을 살려 미혼모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기업에 오븐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위생교육이나 신고절차 등을 컨설팅하는 뚜레쥬르, 자폐인들이 디자인한 티셔츠를 전국 점포에 유통해 홍보 및 제작 지원에 나서는 롯데마트처럼 누구나 공감할 실질적 지원이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상생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