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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위기관리, 주력 '전자' 위기 돌파 인사카드로

시스템반도체 기지개 국면서 인사조치로 무게감까지 실어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6.02 15: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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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 가운데 삼성이 큰 혼란 없이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국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31일 기사에서 1990년대 삼성의 △기업 문화 글로벌화  △성과 기반 보상시스템 구축 △외국인 채용 등 시도를 조명한 바 있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그룹 사업을 삼성전자 중심으로 집중한 점을 강조했다. 애초 영향을 받았던 일본 기업 모델을 극복하고 삼성만의 경영 모델을 구축했다는 것.

삼성전자 중심 편성, 올 4월에도 주목할 만한 인사

지난 4월30일 전격 단행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 인사도 이처럼 삼성전자 중심으로 집중하는 현상의 '또 다른 시도'인지 주목된다. 이 인사로 삼성은 미래전략실의 사장급 팀장들을 삼성전자로 배치하고, 그 자리에는 부사장 및 전무급 팀장을 충원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전체의 '심장'격이다. 이 회장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참모진들을 다수 삼성전자로 보낸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초중량급으로 재편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인사 당시에 '포스트 이건희 체제' 즉 '이재용 친위체제 준비'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즉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친위체제를 갖추려는 포석이 감춰졌다는 풀이였다.

그럼에도 이 같은 체제는 이번 5월10일 이후 위기 상황에서는 삼성 측의 인사 설명처럼 '현장경영 강화'라는 취지에서 가동됐고, 이들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면서 위기를 진화하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삼성전자 중심으로 지나친 집중을 하는 것은 일련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이코노미스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을 승계할 위치에 있지만 오너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지분은 적고, 기관투자자들이 1500억달러(약 153조원)에 이르는 지분을 보유 중이라는 글을 실었다.

성공적인 글로벌기업으로 평가되지만 그만큼 외부의 시각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성도 높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전자 집중 효과를 즐기기만 하는 것보다는 이를 끊임없이 효율화하려는 시도 역시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이 회장 입원 직전 임원 인사도 위기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는지 주목되지만 입원 이후인 지난달 말  반도체 부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건 직접적인 충격요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 삼성이 건재하고 위기 관리를 위해 전투적인 태세를 가동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기 때문이다. 우남성 사장은 직위를 유지한 채 보직만 떠나게 돼, 통상의 문책성 인사가 아닌 제3의 카드를 삼성전자가 반도체 영역에 구사한 사례로 기록된다. 통상은 문책성 인사는 경질과 고문 발령으로 이어지는 패턴이다.

문책까지는 아니어도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비상의' 어떤 방법도 가동하겠다는 의지 시사인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D램 등 메모리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돌파구'에 집중, '인사'로 선언한 셈 

2000년대 들어 본격 투자를 한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2007년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파운드리(수탁생산)를 맡으며 급성장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용 AP도 만들면서 2012년 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올리며 메모리사업부(2조8000억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자랐다.

그러나 글로벌 AP시장이 삼성전자가 집중한 투칩(AP와 통신칩을 따로 쓰는 것)이 아닌 원칩(AP와 통신칩을 합쳐 하나로 만든 것) 위주로 전개되며 변곡점을 맞이했다.

또 주요 고객이던 애플은 특허소송 여파로 AP 파운드리 주문 상당량을 대만 TSMC에 돌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1.1%(매출 기준)에서 지난해 7.9%, 올 1분기 4.8%까지 내려앉았다.

애플 AP 물량이 점차 빠지면서 하락한 시스템반도체 팹 가동률이 신규 고객 확보로 얼마나 최소화하는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대 현안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와 팹 플랫폼을 통합한 것이 강력한 무기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 영역들의 균형 잡힌 성장 필요성 외에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 쏠림, 이 시장이 성장 정체되는 국면의 대안 마련 시급 상황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핵심급 고위 인재들을 그룹에서 주력사인 전자로 이동시킨다든지, 전자 중에서도 반도체 지휘관들의 충격요법 인사라든지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에 집중된 기업 구조를 뒤집어 활용 대상에 맞춰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위기에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하고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는 뜻도 된다. 이런 삼성식 해법은 현재 극심한 주가 불안 등이 없는 점을 볼 때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