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년의 삶은 문득, 쓸쓸해질 때가 있다. 내 생을 힘껏 밀고 나가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왔다가 어느덧 정신 차려보면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불안감도 엄습한다. 이맘때쯤 되면 배우자와는 의리로 사는 이들이 늘고, 코빼기도 안 비치며 밖으로만 나도는 자식은 이제 '기브 업(give up)' 상태일 수도 있다.
이런 쓸쓸한 중년을 위로하는 방법은 참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발밑에서 꼬리치는 한 마리의 강아지는 그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 일명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어느 기관에 따르면 1000만명을 육박한다고도 하는데, 거의 한 가구당 한 마리의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각각이 다르겠지만, 중년이 돼 첫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는 이들은 적적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외로움이란, 감정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포괄적 감정이다. 하지만, 중년이 되고 맞는 외로움은 다른 연령대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이는 지인인 이모씨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남들이 봤을 때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 중년의 여인이다. 성실한 남편과 공부 잘하는 두 아들, 그리고 여유롭진 않지만 궁핍하지도 않은 삶을 그녀는 살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요즘 부쩍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내게 전해왔다.
"마음에 구멍이 난 듯 휑해요. 사는 것이 좋은 것도 없고 싫은 것도 없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눈물만 핑 돌고 그래요."
내가 정신과 상담의가 아니기에 그녀의 이러한 마음이 '우울증'인지 아니면 또 다른 병인지 알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말을 정성스레 듣고 같이 아파해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 후로도 같은 고민을 계속 전해오다 어느 날 갑자기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고 소식을 전했다. 수화기 너머의 그녀는 강아지의 재롱이 제법 마음에 드는지 싱그러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다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커버린 자식과 잦은 야근의 남편을 뒷바라지해오다 점점 그들이 자신이 없어도 잘 살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그녀. 그녀 고민의 핵심은 거기에 있었다.
쓸모없어진 퇴물이 돼버린 기분에 그녀는 쓸쓸해졌을 것이며 울적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 곁에 이제 '사동이'가 있다. 아파트 동수가 4동이라서 '사동이'라 불리는 그 강아지가 그녀 곁의 새로운 삶의 활력소이자 전환점이 돼줬으면 한다.
중년의 외로움과 쓸쓸함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에게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내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인 'TV동물농장'을 보다보면 자신의 반려동물들을 자랑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중년남성들이 꽤 자주 출연한다. 그리고 그들은 반려동물이 좋은 이유로 "날 반겨주니까"란 대답을 한다.
언제부터일까? 사회가 돈과 능력으로만 사람에게 잣대를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이 비정한 세상에서 우리는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에게 점점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삶이 더욱 고달파만 가는 즈음, 우리는 우리를 반겨 줄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혹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말 못하는 짐승에게서 무슨 위로를 받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말 못하는 짐승이기에 오히려 더욱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