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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로보노] '문제가 생겼어요' 또 하나의 경험과 추억이 생겼군요

최영은 독서칼럼니스트 기자  2014.06.02 12: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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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갓 수습을 뗀 우리 회사 사원 중 한 친구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핀다. 상사가 좋아할지 싫어할지, 기분이 어떨지를 살펴가며 그에 맞추어 일을 처리하느라 언제나 눈과 머리가 바쁘게 돌아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밝혀야 하는 순간에도 '이렇게 하면 팀장님이 싫어하시지 않을까요'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이 친구 성격이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입사 초기만 해도 굉장히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도맡아 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눈치를 보는 성격으로 변하게 되었을까. 바로 상사의 엄격한 사수 때문이다. '잘 하는 것은 잘 하니 넘어가고 못 하는 것을 지적하며 따끔하게 가르쳐 잘 하게 돕는 식'의 훈육 방법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이다. 
 
적절한 채찍질은 달리는 말에게 속도를 붙여 주지만 아직 달리는 맛을 알지 못하는 말에게 채찍질만 한다면 뛰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그리고 쓴 '문제가 생겼어요'라는 그림책의 내용이다. 
 
아이로 추정되는 책의 화자에게 문제가 생겼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식탁보를 다림질하다가 잠깐 딴생각을 하는 바람에 식탁보가 눌고 만 것이다. 할머니가 직접 수를 놓으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식탁보가 누렇게 타고 말았으니 이제 엄마에게 혼날 일만 남았다. 
 
인터넷에서 좋은 방법이 없나 찾아보아도 소용이 없다. 기도해도 안 된다. 동생이 했다고 말하면 어떨지, 아무도 모르는 데에 숨겨 놓으면 어떨지, 조용히 앉아서 골똘히 생각해 보아도 그럴듯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사이 엄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식탁보를 보고야 만다. 엄마에게 혼이 나리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는 무어라 말했을까? 
 
엄마는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라며 다리미를 달구어 식탁보에 눌은 자국을 하나 더 만든다. 그리고 눌은 자국 두 군데를 이어 무늬를 만들어 넣는다. 이렇게 해서 식탁보는 엄마와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식탁보가 된다. 엄마와 아이 모두의 추억이 담긴 식탁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입사원과 함께 북 페스티벌에 갔던 날,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동료를 믿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며 즐겁게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물한 것이었다.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모인 집단이라는 집단의 특성상,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당연히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수를 했을 때 혼날까 두려워 안절부절못하며 오히려 긴장해서 다른 일도 그르치거나 움츠러들기보다는 앞으로의 실수를 줄여 나가기 위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도전할 힘을 얻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미지  
 
이왕이면 실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켜 나가거나, 적어도 자신이 실수를 하더라도 함께 해결하고 도와줄 동료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길.
 
장기적으로는 더욱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영은 독서칼럼니스트 / 번역가 /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