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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터쇼 약속시간' 못 지킨 현대차 입장

전훈식 기자 기자  2014.06.02 11: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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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차 임직원들은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국민기업으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소중한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2014 부산국제모터쇼'에 참석한 김충호 현대차 사장의 최근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 업계의 눈길을 잡았다. 최근 제품 품질, 내수 차별 논란으로 '반(反) 현대차'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자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경청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날 무엇보다 '진정성'에 대한 의미를 강조한 김 사장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대의 차로 진정성을 보이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고객만족을 실천하겠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모터쇼 현장에서의 현대차가 벡스코와의 약속을 정확히 지키진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모터쇼에서 각 브랜드에게 배당된 시간은 각 17분가량. 주어진 시간 내에서 모든 브리핑과 포토세션을 진행해야 했지만, 현대차만 이런 사안을 지키지 못했다. 오전 10시25분부터 발표를 시작한 현대차는 45분이 돼서야 브리핑을 마쳤고, 이후 월드 프리미엄 모델인 현대차 AG 포토세션를 진행했다.

이 탓에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브랜드는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배정된 시간에 맞춰 적절한 발표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열정을 기울였지만 '홈 어드밴티지'를 얻은 현대차가 '최소 3분'에 이르는 귀중한 시간을 앗아간 것이다.

물론 현대차 입장도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이번 모터쇼에서 유일하게 월드 프리미엄인 AG와 그랜저 디젤을 출시하면서 브리핑 시간이 여타 브랜드와 비교해 시간적으로 부족했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차에 기대하는 부분도 충족해야 하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을 터.

하지만 '반성하는 자가 서있는 땅은 가장 훌륭한 성자가 서있는 땅보다 거룩하다(탈무드)'고 했는가. 브리핑에서 김 사장은 향후 현대차의 변화 과정을 지켜봐 달라는 '진정성 있는 발언'으로 업계의 큰 호응을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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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나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현대차는 현재 닥친 시련을 단순히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넘어가려 하지 않고, 고객만족을 위해 모든 측면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 들어 억센 질타를 받고 있는 현대차가 '약속의 땅' 부산에서의 발언을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