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4년간의 광주시는 산하 공기업과 유관기관은 측근 인사들로 채워지고 광주시청은 5번이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광주시민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지고 민주화의 성지 광주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는 날선 비판이 최근 어느 기자회견장을 울렸다. 이 같은 날선 공격의 주인공은 인권변호사에 법무부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 그리고 천 의원이 겨냥한 상대는 바로 무소속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후보였다.
실제로 이 같은 비판의 요소는 이번에 광주시장을 역임하면서 강 후보가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점 내지 오해의 소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한 이가 바른 말 잘 하고 할 말은 꼭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천 전 의원인 상황에 이 같은 지적은 더 뼈아프다. 하지만 이런 천 전 의원을 공격수로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의 도백 자리를 놓고 겨루는 일합에서 강 후보에게 고전하고 있다.
이는 강 후보가 시장을 역임하면서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및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학비지니스벨트 유치 △광주 대표브랜드 'MIG' LED 세계 진출 등을 일궈낸 점이 각종 비판론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탄한 실적' 덕이 아니냐는 현직 시장 메리트 해석인 셈이다.
한편 새민련의 논리는 이른바 '윤장현 불가피론'이다. "무소속 광주시장으로는 거대 여당에 맞서 정권을 되찾아 오기 어렵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광주시민들이 새민련을 밀어주어야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골자다.
◆단일화해 봤자 기대했던 2배 차이까지는 안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그 기저에는 이 같은 장기적 포석과 우국충정만 순도높게 들어 있지는 않다. 당내 사정이라는 문제가 적잖이 혼재돼 있는 것이다. 새민련의 최근 새 골격인 김한길-안철수 공조 시스템을 흔들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측의 인사를 꼭 전략공천, 당선시켜 최소한의 배려 흔적을 만들어야 하는 당의 고심이 깔려 있다. 그 결과 '윤장현 불가피론'이 채택됐고, 이 와중에서 이용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격렬히 반발했다. 이 전 장관이 강 후보와 함께 탈당했으며 이후 이 둘이 단일화 과정을 거쳐 강 후보에게 표심을 몰아주기로 한 '아름다운 단일화'가 불과 얼마 전 성사돼 지역 정가에 화제를 불러 왔다.
광주CBS와 전국지방신문협의회 광주지역 6개 신문사가 여론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27일에 6.4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강 후보가 36.7%의 지지를 얻어 26.8%를 기록한 윤 후보를 오차범위를 벗어나 9.9%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은 스포츠대회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의 활성화 효과로도 주목받는다. 각종 LED제품이 '광주 대표브랜드 MIG'를 사용, 수출길에 오르는 시대도 강운태 시장 집권기에 본격적으로 열렸다. 사진은 MIG 1호 제품인 산진LED의 투광기 수출을 기념해 관계자들과 촬영을 함께 하고 있는 강운태 시장. ⓒ 광주광역시 |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광주의 기득권 정치를 바꾸고 정치개혁을 이룩하려는 당 지도부의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는 새민련측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 보다는, 비판의 화살이 날아드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의 이 같은 고전은 새민련 1번지로 통해 온 호남 상황에 비춰볼 때 대단히 이례적이다. 물론 위의 조사 성적표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의뢰를 받아 23~24일 이틀간 광주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7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좀 다른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강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강 후보(47.5%)의 지지율이 윤 후보(23.7%)의 두 배나 되는 걸로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종합하면 당초 기대만은 못 해도, 어쨌든 대단히 고무적인 상황 리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하나의 패턴 도출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아울러, 광주CBS와 무등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5월4~6일 실시)에서 부동층이 26.7%였던 것에 비하면, 27일 여론조사시 부동층이 의미있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점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23.3%). 이는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부동층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저 문제의 부동층이 움직이는 상황이 대단히 실제 최종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데, 이때까지 강 후보가 어중간하게 이탈한 '이용섭 지지표'들을 유력하게 챙길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천정배 스타일'의 공격이 나온 점은 여러모로 주의해 들여다 볼 대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천 전 의원의 지적은 아프긴 하지만, 이미 모든 양측이 서로 모든 공격 및 방어 방법의 카드를 열어 보인 터이고 이제 그런 상황을 되짚는 어젠다 세팅 상황에 불과함을 방증한다.
물론 그런 부족한 현직 수행의 매끄럽지 못함 때문에 아름다운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집나간 '이용섭 지지표'를 모두 강 후보가 포섭하지 못하는 것일 수는 있다. 두 배 이상 격차로 윤 후보를 꺾을 것이라는 당초 단일화 기대감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 중간성적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 클 것이다.
◆이용섭 지지층 끌어안기, 시장 당선 이후 만만디 과제로 넘길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표심은 5월 중순까지의 여론조사 등을 보면 여전히 강 후보에게 우세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각종 물의를 적잖이 빚는 현직 시장이 광주 기득권 정치의 대표모델로 유권자들 뇌리에 각인되기 보다는, 어차피 우리가 공천하면 광주 및 호남은 꼭 당선시켜 준다는 안일한 기대심리로 나눠먹기를 한 새민련 중앙당측이 더 기득권 정치에 가깝다는 불만이 표출된 셈이다. 광주에 지역 연고를 둔 새민련 국회의원들이 '윤장현 지지'를 일찍이 선언하고 나섰던 점도 '광주 새민련도 믿을 바 못 됨'이라는 인식을 더하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풀이도 제기된다.
시곗바늘을 좀 앞으로 돌려보자면, 강 후보는 일찍이 지난 2008년 광주에서 무소속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상황에서 철새론에 시달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에도 그는 "나를 철새 정치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실관계를 명백히 왜곡한 것"이라며 돌파에 성공했다.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일단 부인하기에 급급한 대신 '맞다, 하지만 그 이유는'으로 대처해 온 강 후보, 그가 많은 공격을 받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앞선 듯한 형국인데, 최종 성적표인 4일 선거 당일에도 이 패턴이 유지될지, 혹은 그 격차가 더 벌어질지 짚어보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 될 전망이다. 이는 도백 자리 하나가 누가 돌아가는지의 문제이기 전에 한국 정치인의 한 유형을 조망하는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