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가엾은 안철수식 새 정치, 이래서 '박스권'에 갇혔네?

'서울시장 양보 발언' 논란 교훈 못 살리고 또 무리수 '강운태와 격돌'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6.01 08:29:5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니, 지방(선거 이슈)으로 흥한 자 지방(선거판)으로 망한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편치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당초 지방자치단체장 이슈로 급부상한 인물임을 상기해 보면 이 같은 상황은 얄궂기 짝이 없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로 '셀프 탄핵'을 자초한 상황에서 그는 신선한 인물로 상승기류를 탔다. 서울시장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호의적 시각을 받던 그는 그러나 당시 그보다 지명도 면에서 약간 뒤처진다는 평을 듣던 박원순 변호사, 즉 현재의 박 서울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뒤로 물러선다.

이후 대선에도 출사표를 던지지만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를 택한다. 문제는 그 이후 현실정치인으로 제도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던 그가 보인 행보들은 이전 행보들의 참신한 '새 정치'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때는 묻어가는데,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는 또다른 단계로 이어지는 것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정치인이 되지 못하고 성장 답보 국면에 갇힌 게 아니냐는, 증시로 표현하면 박스권 정치인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급한 마음에 택한 길이 외통수?

당초 그가 금배지를 달고자 노원으로 진출한 점만 해도 상당한 뒷말이 있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떡값 폭로문제 여파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무주공산이 됐으므로 진보계 김지선 후보 몫으로 이를 양보해야 한다는 도의론을 굳이 뿌리치고 조급하게 나섰다는 비판 소지를 만들었다. '새정치연합'을 추진하면서 또 이후 민주당과의 결합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키고 공동대표직에 오르면서도 내 사람 챙기기 논란을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바로 '윤장현 전략공천론'으로 구 민주당 계열의 심장인 호남 표심에 파문을 일으킨 것.

이는 안 공동대표측 인사들을 어느 정도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거시적 문제에서 부득이 내려진 조치라는 평가도 있지만, '강운태+이용섭 탈당 및 단일화'라는 부작용을 빚으면서 5월 중반까지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서는 고전 상황으로 이어졌다. '최악의 수를 뒀다'는 평도 만만찮게 나온다. 
   안철수 새민련 공동대표가 이번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월28일 광주를 방문한 당시 모습. = 김성태 기자  
안철수 새민련 공동대표가 이번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월28일 광주를 방문한 당시 모습. = 김성태 기자

그래서일까? 당초 한국 정치의 새 물결을 일으킬 인물로 단박에 주목받던 그의 이름값이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5월19일부터 나흘간 조사된 여야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안 공동대표의 순위는 4위까지 하락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박 서울시장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윤장현 무리수 전에 서울시장 양보 논란 역풍 되새겼다면?

사실 윤장현 전략공천이라는 카드를 쓰기 전에도 돌이킬 기회는 있었다는 풀이도 나온다. 사람들은 그가 기존의 정치문법 특히 속칭 나눠먹기로 비칠 수 있는 제스처를 택하면 크게 실망한다는 점은 이미 박원순-안철수 서울시장 양보 발언 논란 국면(지난 1월 국면)에서 입증된 바 있다. 모 유력신문의 인터뷰 와중에서 "저번에는 우리가 양보했으니 이번엔 우리쪽에(새정치연합: 이때는 아직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치기 전) 양보" 운운하는 안 후보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발언의 존재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비판론이 비등했고, 안측 핵심인사격인 금태섭 변호사가 나서서 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실상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물론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백번이라도 양보할 것"이라는 박 서울시장의 당시 발언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서울시민을 핑계로 빠져나간 ‘레토릭’이라는 평이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었다.

결국 개인적 '의리' 대신 정치적 '책임'에 우선하는 선택을 하는 인물로 평가된 박 서울시장은 실제로 오늘날 안 공동대표보다 대통령감에 더 걸맞는 인물로 평가받는 셈이다(최근 박 서울시장 스스로도 "대선주자급이 원래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대선에 대한 도전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공동대표는 결국 이때 자신의 새 정치에 거는 국민의 기대감과 이를 조금이라도 이탈할 경우 가혹할 정도로 비판을 받는다는 점을 배우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 현실정치인으로 거듭난다는 명목 하에 '강운태+이용섭 단일화팀'이라는 적을 만들었다. 자칫 다른 사람만 빛내 주는 이상한 정치적 제스처를 종종 두는 상황, 안철수식 새 정치가 그렇게 박스권에 영영 갇힐 것인지 아니면 정말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 후보가 승리한다면, 박스권 유지도 아닌 대추락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