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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대한민국 시한폭탄 '안전불감증'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5.30 10: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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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안전'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단어입니다. 실제 우리 주변을 보면 안전만큼 강조되는 구호도 없습니다. 신축건물 공사현장은 물론 길을 새로 내거나 정비하는 토목 공사현장에도 안전띠 내지는 안전펜스가 둘러쳐져 있고, 어김없이 '안전제일' 구호가 걸려있죠. 아마 이 세상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처럼 도처에 말과 구호로 안전을 강조하는 국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가스밸브 잠그는 것을 습관화하도록 교육받았는데요.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문을 잠그는 것 역시 잊지 않습니다. 차량이나 버스 등을 이용할 때 안전띠를 매는 것도 몸에 밴 습관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처럼 신경쓰는 안전분야가 하나씩은 있을 텐데요. 그런데도 우리주변에서는 왜 이렇게 사고가 많이 생기는 것일까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서의 중간밸브 점검, 문 단속, 안전띠 생활화 등의 기본적 안전관리도 중요하다. = 이보배 기자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가정에서 중간밸브 점검, 문 단속, 안전띠 생활화 등 기본적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 이보배 기자

288명의 사망자와 16명의 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두 달간 우리 주변에는 크고작은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일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던 지하철이 충돌했고, 이 사고 탓에 249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원인은 앞 차량과 뒤 차량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장치가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고를 조사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선로 신호시스템 오류를 발견하고도 보고와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총체적 인재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판단, 관계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경기 고양터미널에 화재가 나 8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요. 사고 불과 며칠 전 터미널 전반에 대한 시설 안전점검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습니다. 이 사고 역시 '총체적 인재 사고'로 '안전불감증'이 부른 대형참사라는 보도가 연일 흘러나왔습니다.

바로 하루 전인 28일에는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해 2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 고령으로 혼자 거동이 불편해 불이 난 것을 알고도 대피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이런 큰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사고들의 반복으로 불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며 대형사고가 일어날 것을 여러 차례 경고한 후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위험한 상황임에도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안전불감증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안전불감증은 각종 규정과 검사를 무시하게 되고 결국 대형참사까지 이어지기 때문이죠.

일상생활 속 행동지침이 아니라 그저 입으로만 떠드는 사고방지와 안전대책이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입으로만 떠드는 안전구호들이 오히려 여기저기 널린 위험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안전불감증만 더하게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의 중심에는 바로 자기 자신이 있습니다.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어떻게 사회가 바뀔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발생한 일련의 사고들을 거울 삼아 또 다른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전의 악습을 되풀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