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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파고다학원 '부부 전쟁'…그 진실은?

박경실 회장 살인예비음모 '무혐의' 결론에도 계속되는 법정 다툼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5.29 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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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지의 국내 1위 어학원 대표이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인 파고다교육그룹 박경실 회장이 법정에 섰다. 박 회장을 둘러싼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회삿돈 10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횡령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남편 고인경 전 회장과의 이혼 분쟁에서 운전기사 박모씨에게 고 회장의 측근인 윤모씨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 중 두 번째 혐의인 '살인예비음모' 혐의에 대해 경찰은 최근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30여년을 함께 살며 국내 최고의 학원을 만들어낸 이들 부부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012년 두 사람의 이혼소송이 진행되면서 박 회장에 대한 혐의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직능단체 총회장의 엽기적인 행각으로 비춰졌다. 연일 언론지상을 오르내리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자극적인 기사에 목말라 하는 일부 기자와 독자에게 박 회장의 이혼 분쟁은 기다렸던 소재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박 회장과 고 전 회장인 이혼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또 무엇이 이토록 끝나지 않는 파장으로 이어지게 했을까.

◆파고다어학그룹 성공 이면에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고다교육그룹의 시작과 현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파고다어학원이라 불린 학원의 성공과정 역시 이해해야 한다.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이 재산권다툼에서 시작된 이유에서다.

파고다교육그룹은 1983년 종로에서 출발했다. 고 전 회장은 이전부터 서울 시내 월세집에서 그룹과외를 하며 1남1녀를 홀로 키우고 있었다.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박 회장과 만났고, 박 회장은 가족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 둘 딸린 이혼남과 1979년 결혼했다. 이루 두 사람은 부부이자 동업자로 함께 학원사업에 매진, 학원을 본격적으로 성장시켰다.

박 회장은 아침 일찍 출근해 청소부터 사무일까지 경영 전반을 관장했다. 1992년 고 전 회장이 중성지혈로 쓰러진 이후에는 고 전 회장을 대신해 학원경영을 거의 도맡았다. 2009년에는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직에 올랐고, 이후 파고다교육그룹은 승승장구,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거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학원사업의 신화로 자리 잡았다.

고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고 유명 산악인들과의 친분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회장 측은 건강이 좋지 않은 고 전 회장에 대해 산행에 대한 수억원대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부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쯤. 박 회장은 학원 경영에 매진하면서도 전처 소생인 큰딸과 결혼 후 낳은 작은딸과 함께 살게 됐다. 이 무렵 작은딸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왔다. 박 회장은 두 자녀를 차별 없이 키웠지만 큰딸은 스스로를 작은딸과 비교하면서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파고다교육그룹의 지분 문제가 자녀들과 얽히면서 부부간의 갈등은 집안싸움으로 퍼졌고, 이혼소송과 이 밖의 소송전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30년 부부생활, 네 딸 내 딸 지분 챙기다 삐끗?

큰딸과 고 전 회장은 박 회장과의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파고다교육그룹 지분이 작은딸에게 편중됐다고 주장했다. 2010년 고 전 회장이 '퇴직처리' 되고 퇴직금을 받게 되면서 뒤늦게 학원 운영 장부 및 기록을 살펴보니 지분이 박 회장과 작은딸 쪽으로 편중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회장 측 주장은 다르다. 1994년 학원이 법인화되면서 고 전 회장과 박 회장, 큰 아들과 작은딸이 각각 지분을 45%, 45%, 5%, 5%로 나눴다. 당시 몸이 약했던 큰딸은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 주주대신 학업을 무난히 마치면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복안이었다. 이후 1996년 큰아들이 사망하자 박 회장과 고 전 회장은 아들 몫의 5% 주식을 가족이 나누지 않고 이를 모두 큰딸에게 넘겨줬다는 설명이다.

이어 박 회장은 파고다아카데미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5개의 자회사 가운데 'BCC캐나다'라는 회사를 2011년 큰딸에게 넘겨줬다. 큰딸이 그룹 내 가장 알짜 법인인 'BCC캐나다'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마치 모든 지분을 빼돌린 것처럼 몰고 간다는 주장이다.

실제 BCC캐나다는 캐나다 브리티스 컬럼비야주 공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고, 서초구에 위치해 180억원 상당의 토지와 지상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막장으로 치달은 것은 고 전 회장이 가출한 2011년 이후다. 2012년 초 고 전 회장은 박 회장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박 회장은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에 반대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국 2012년 6월 재한분할에 합의, 두 사람의 긴 싸움이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큰딸은 향후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민·형사상 문제를 삼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을 무시하고 박 회장이 회사재산 10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형사고소 했다.

◆살인예비음모 혐의 벗었지만 끝나지 않은 싸움

그렇다면 최근 박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살인예비음모와 관련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설명하자면 길지만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박 회장이 이혼소송 중이 수행비서 겸 운전사인 박씨를 시켜 고 전 회장의 측근이자 내부 조력자로 알려진 윤씨를 살해할 것을 논의했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박 회장이 박시에게 돈을 건넨 것과 살인예비음모 혐의는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살인예비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를 벗었지만 큰딸의 고소로 진행된 10억원 횡령 혐의는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박 회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은 10억원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의 변호인은 "성과급 지급 여부와 액수를 결정하는 것은 회사의 재량이지 사법기관이 기준을 정할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심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살인예비혐의가 무혐의로 처리되면서 박 회장은 한시름 놓는 듯 했다.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진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 회장이 고 전 회장과 큰딸 명의의 예금을 몰래 은행에 담보로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는 지난 28일 박 회장과 작은딸이 소유하는 회사와 관련된 대출을 갚기 위해 고 전 회장 명의와 큰딸의 근질권설정계약서 등을 위조해 은행에 제출한 혐의로 박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부동산 매매업과 건물 신축사업을 위해 인수한 뒤 자신의 친딸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회사 진성이앤씨'와 관련된 PF대출금 61억9000만원을 갚기 위해 지난 2008년 고 전 회장 명의의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위조해 고 전 회장과 큰딸 명의의 은행예금을 담보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박 회장은 고 전 회장 명의의 근질권설정계약서를 두 차례, 큰딸 명의의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세 차례 등에 걸쳐 위조·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학원사업의 성공신화이자 부부 사업가로 명성을 날린 박 회장과 고 전 회장이지만 복잡한 가정사와 주변관계인들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온갖 의혹과 재산분쟁, 이혼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