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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임영록-이건호 내홍 비화…관건은 'D-1' 이사회

취임 이후 불거진 책임론, 노조는 '낙하산 경영진 사퇴' 촉구

나원재 기자 기자  2014.05.29 15: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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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금융그룹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내부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경영진 간 이견이 현재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날선 대립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 분위기에 가세해 노동조합도 '낙하산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폐단을 공론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간 이사회에서 별 소득이 없던 터라, 오는 30일에 있을 이사회에 쏠릴 이목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내용을 살펴봤다.

서울 명동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이 며칠째 시끄럽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내부 갈등의 점입가경 양상을 연신 꼬집고 있다.

이번 목소리는 주 전산기 변경과 관련한 내부 갈등이 발단으로 보이지만, 노조는 여기에 임 회장과 이 은행장 취임 이후 국민주택채권 행정사고와 올 초 개인정보 유출 등 잇단 악재까지 도마에 올렸다.

◆노조 "사퇴 표명 강력히 촉구" 허약한 지배구조 지적

이와 관련, 지난 23일 노조는 투쟁선포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실패도 모자라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갈등을 외부에 표출하는 경영진의 무능력함을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자주성 회복을 위한 투쟁을 선포하며 임 회장과 이 은행장의 사퇴 표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것.

주 전산기 변경 과정에서 경영진 스스로가 잘못이 있다면 사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게 조직 내부 분열을 봉합하고,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는 전환점이라는 게 골자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 임 회장과 이 은행장의 권력 다툼으로 비춰지지만, 뿌리에는 지난 수년간 KB를 '관치 낙하산' 인사들이 초래한 허약한 지배구조가 문제다. 그룹과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줄곧 요구한 노조가 곪은 대로 곪은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이유에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실망감도 짙게 깔려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노조는 △지주회사 체제의 재정립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한 지배구조 확립 △관치 낙하산의 문제점을 지속 제기하는 동시에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KB금융그룹 내홍이 임영록 회장(좌)과 이건호 은행장(우) 간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30일에 있을 이사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의 관전 포인트는 양측 입장과 사퇴 표명을 촉구한 노조의 주장이 어떻게 묻어나느냐에 있다. ⓒ 프라임경제  
KB금융그룹 내홍이 임영록 회장(좌)과 이건호 은행장(우) 간 다툼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30일에 있을 이사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의 관전포인트는 양측 입장과 사퇴 표명을 촉구한 노조의 주장이 어떻게 묻어나느냐에 있다. ⓒ 프라임경제
노조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경영진 퇴진운동에 돌입과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특별 검사와 별개로 노조 자체에서 진사조사단을 구성, 투쟁상황실을 설치해 끈질긴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그룹회장과 은행장이 관치 낙하산으로 오면서 자율경영, 책임경영의 모습은 거의 없었다"며 "언론에서는 내부 갈등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확실한 지배구조 체제가 마련됐다면 내부에서 해결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번 주에 있을 이사회 경과에 따라 퇴진운동 등은 결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장-은행장 입장 어떻게 녹아들지 관건

노조 투쟁선포식과 같은 날 KB국민은행은 이사회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터라, 오는 30일에 있을 이사회에 쏠리는 시선은 여느 때보다 뜨겁다.

앞서 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은행 주 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지만, 이 은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이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시스템 전환의 불공정한 과정과 막대한 비용, 보안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리베이트 의혹도 공론화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달 19일 감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고, 정 감사가 이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면서 현재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조직적인 서류 조작과 리베이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리베이트 의혹에 따라 임 회장과 이 은행장, 그리고 사외 이사들의 계좌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임 회장과 이 은행의 세력다툼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한 반면, 내부에서는 30일에 있을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 조심스레 새나오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회장과 은행장의 이해관계 상충이 아닌, 내부 최고 결정기구인 이사회를 통한 의견 봉합과 과정에 녹아들 양측 입장이다.

일단 임 회장 측은 이사회를 통해 슬기롭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이사회가 정 감사의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감사위원회에서 지난 상황을 감안해 반대한 것"이라며 "내일 있을 이사회 전 감사위원회에서 정 감사의 의견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KB국민은행 측도"임 회장과 이 은행장의 불화설보다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일축했다.

은행 관계자는 "감사에서 하자가 있다는 보고에 따라 짚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유는 모르지만, 감사 위원회에서 보고받는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며 "정 감사도 역할을 다한 것이고, 은행장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정황을 살펴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 제3노조와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9일 업무방해를 이유 삼아 금융위원회 신제윤 위원장과 정찬우 부위원장을 피고발인, KB그룹 내 임 회장과 이 은행장, 고승의 전 사외이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제3노조는 이 또한 일련의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입장이다.

KB금융그룹 내 노조의 '낙하산 경영진 사퇴' 촉구가 이날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