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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로보노] 마음의 힘: 회복탄력성

방희조 독서칼럼리스트 기자  2014.05.28 14: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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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불행과 역경, 시련을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웬만한 시련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오히려 시련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강한 성취나 업적을 이뤄내기도 한다. 반면 회복탄력성이 약한 사람은 작은 고통에도 쉽게 무너지며 마치 유리잔이 부서지듯 삶을 회복 불가능한 곳으로 밀어 넣는다.

살면서 누구나 고통이나 시련을 겪는다. 우리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으며 군데군데 마치 지뢰를 심어놓은 듯 여기저기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터진다. 좀 살만 하면 몸이 아프고, 사업이 잘 돼 방심하는 순간 부도가 난다. 말 잘 듣던 착한 아이가 갑자기 반항을 하며 달려들기도 하고, 어제까지 멀쩡했던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행에 맞서며 살아가야 한다.

청년들의 자살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죽는 경우보다 자살로 죽는 청년들이 더 많다고 한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감기에도 죽을 수 있는 것처럼, 회복탄력성이 약한 사람은 작은 고통에도 쉽게 무너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의 면역력이다. 마음의 면역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인생의 숱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룩하며 삶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교육은 학생들의 마음의 면역력을 기르는 데는 관심이 없다. 과도한 선행학습과 극심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학력을 키우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마음의 힘의 중요성을 너무도 간과하고 있다. 오히려 공부 이외에는 다른 곳으로 향하는 관심 자체를 강제로 차단함으로써 마음의 힘이 길러질 기회조차 애써 억누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작은 시련을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 마음의 힘이 점차로 길러지는 법인데,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려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훈련시킬 작은 시련마저 원천 봉쇄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맞이하게 되는 작은 장애물 앞에서도 맥없이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마을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해서 개별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이웃의 관심 속에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정을 벗어난 아이들이 갈 곳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아직 마음이 연약해서 홀로 서기 어려운 아이들이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외부의 나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은 이미 포화상태이지만, 정작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들이 학습을 위해 갈 곳은 많지만, 정작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갈 곳은 없다. 학교에서조차 학생들에게 학습만을 강요하며 시험으로 서열화하기에 바쁘고, 마음이 흔들려 방황하는 아이들을 그저 처벌하기에만 급급하다.

마음의 힘이라는 것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막연하기는 하다. 하지만 단순하게 말해 살아가는 힘이다. 주어진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는 힘이다. 주어진 대로 그냥 대충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그냥 막 살다가 가도 될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성취를 이루거나 업적을 세우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면서 세상에 작지만 의미 있는 족적 하나 정도는 남기고 죽자는 얘기이다. 그리고 그렇게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살아가도 언젠가 마주하게 될 숱한 장애물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말자는 것이다.

마음의 힘이 강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신뢰감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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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획일적인 평가기준에서 밀려나 과소평가된 아이들이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혹은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보듬어 안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방희조 독서칼럼리스트 /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연구원·전문강사 / 전 KBS·MBC 방송작가 / '일하는 학교' 체험적 글쓰기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