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비극적 사건은 우리사회에 '안전'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었다. 그래서 남겨진 자들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다시는 이러한 안전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기가 몸담고 있는 영역의 안전에 대해 고민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세계적인 빅이벤트 중 하나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우리는 한국의 스키장 안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스키와 빙상은 하계올림픽으로 보자면 육상과 수영에 상응하는 동계올림픽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중 스키는 연간 스키장 이용인구가 700만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겨울 국민스포츠이다. 이러한 스키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스키장 안전에는 늘 물음표가 따라붙는 것이 현실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스키장 내 안전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한해 평균 1만여명에 이른다고 하며, 또한 그 중 3분의 1은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자라고 한다.
활강속도가 빠른 스키의 특성상 사고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고 또 안전사고의 원인도 다양하겠지만, 크고 작은 스키장 안전사고 발생의 원인 중 하나가 스키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패트롤의 수준미달에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스키장 패트롤이 되기 위한 조건은 패트롤 자격증 소유자인데 이 패트롤 자격증은 한국스키장경영협회, 대한스키패트롤협회 등에서 제공하는 일정 교육을 이수한 후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취득할 수 있다.
기존에 패트롤의 자격검증은 대한스키협회 안전분과에서 담당하고 있었으나 1990년대 중반 한국스키장경영협회로 이관되었고, 2000년부터는 규제개혁차원에서 누구든지 패트롤 관련 단체를 조직하고 패트롤 교육 및 자격증 부여가 가능하게 법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패트롤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패트롤라이센스는 한 번 취득하면 평생 효력이 있으며 일정 기간마다 재교육 혹은 재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는 자격증이다. 한 번 자격증을 취득하면 평생 보수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스키장비와 더불어 스키장 시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있지만 그 변화에 대응하는 패트롤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보수교육을 진행할 주체가 모호해진 탓이다.
스키장에서 패트롤의 역할은 단순히 스키장에서의 질서유지와 사고 발생시 응급처리 및 환자이송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키장 오픈 전, 슬로프 상태를 비롯한 스키장 시설 안전 상태 검사 또한 패트롤의 몫이다.
패트롤이 슬로프 등 스키장 시설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서야 당일 스키장을 오픈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스키장 패트롤의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것이 스키장 안전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하였듯이 스키장 패트롤의 자격을 검증하고 그 수준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보니 스키장 패트롤에게 체계적인 교육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패트롤 자격증 검증에 대한 경험이 오래된 한국스키장경영협회조차 4년 전 협회 내 하위조직이던 안전분과를 없애 패트롤 재교육 등 스키장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할 조직이 없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필요한 고급 패트롤조차 조달이 어려울 것이며, 결국 해외에서의 패트롤 인력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것이 뻔하다. 하루라도 빨리 패트롤 검증 및 교육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통일된 주체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스키장 패트롤 검증이 단순히 스키 능력만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패트롤의 안전시설 검토 능력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슨 일이든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로부터 잘못된 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하지 못하면 시행착오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스키장에서의 큰 안전사고를 겪고 나서야 움직일 것인가?
유관단체들간의 조율이 어렵다면 정부차원에서 직접 나서서 스키장 패트롤의 검증과 교육에 대한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여느 대회보다 안전한 올림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불감증'이란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산재한 안전불감증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조속히 제거해 나가는 것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스포츠 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부터 능동적으로 스포츠와 관련된 안전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붉은악마 그 60년의 역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