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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파견업체'로 안산시 무법천지…은밀 거래 비일비재

파견허가증 대여해 신불자 고용까지, 파견업 신고는 '남 얘기'

추민선 기자 기자  2014.05.26 19: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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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파견업을 하기 위해 안산지역 파견업체를 돌면서 자문을 구했지만, 파견업 신고를 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한 곳은 없었어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거의 없었죠."(이형숙·가명·55세)

#2. "사업 도산 후 신용불량자가 돼, 일반기업에 취직하기 어려워 파견업체를 찾았습니다. 업체는 신불자여서 4대보험 가입이 안 된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일만 할 수 있다면 보험 가입은 중요치 않아요."(오진형·가명·47세)

안산시는 시화·반월공단 등이 있는 공단지역이다. 지역 특성상 전국 파견업을 신고한 2500여개 업체 중 14%인 340여곳이 안산지역에 집중됐다. 그러나,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운영 중인 무허가 업체는 그 수가 700여개 이상으로 2배 정도 많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무허가 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원인은 법을 지킬수록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가 많아짐에 따라 법인을 없애고 무허가 업체로 다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낮은 단가를 요구하는 원청사 역시 무허가 업체를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허가증을 대여해 원청사와 계약을 진행 중이며, 무허가 업체를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4대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신용불량자라는 점을 악용해 임금체불·고용유지에 대해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안산 지역에 파견업을 신고한 업체 수는 340여 곳으로 전국 파견업체 수의 14%를 차지하고 있지만 무허가 파견업체 수는 2배이상인 7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본 사진과 무허가 파견업체와는 관련없음. = 하영인 기자  
안산 지역에 파견업을 신고한 업체 수는 340여곳으로 전국 파견업체 수의 14%를 차지하고 있지만 무허가 파견업체 수는 2배 이상인 700여 곳에 이른다. 본 사진과 무허가 파견업체는 관련없음. = 하영인 기자

뿐만 아니라, 신용불량자 고용을 통해 4대보험과 퇴직금 등에 대한 부담을 줄여 자본력을 확보, 시장 수준보다 낮은 단가로 계약을 체결하는 탓에 법을 지키며 운영 중인 업체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무허가 업체가 난립하면서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집중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정적인 단속 공무원 수로 긴밀한 연결망을 형성해 교묘히 단속을 빠져나가고 있는 무허가 업체를 살피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법 지키면 더 힘들어…단속 피해 허가증 대여

파견법 상 파견업에 대한 근로감독 대상은 신고한 업체만 하기 때문에 무허가 업체는 아무런 제재 없이 업을 운영하면서 감독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결과 파견업을 신고한 업체들만 매년 엄격한 관리감독 대상이 됐으며, 단속이 쉽지 않은 무허가 업체들과의 단가 경쟁에서도 밀리게 돼 운영에 위기를 맞고 있다. 재정난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은 결국 파산까지 감수해야 하고, 이후 다시 사업을 시작해도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면서 이익은 최대한 남길 수 있는 무허가 업체로 전환하는 게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눈만 가진 곳에서 두 눈으로 보는 사람은 오히려 비정상인 취급을 받는다"며 "현재 무허가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안산과 같은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와중에 무허가업체들이 허가증을 대여해 원청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무허가 업체들은 일반 업체보다 낮은 단가를 제시해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었던 것. 이와 함께 허가증 대여에 대한 대가로 대여업체에게 일정부분 수수료가 지급되는 어리둥절한 사례도 문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업체가 허가증을 대여해 주고 고작 몇 푼 되지 않는 수수료를 받으면서라도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파악해 해결점을 찾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대보험 유무 떠나 "일할 사람이 더 급해"

상황은 이렇지만, 안산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대부분은 4대보험 가입이 힘든 일용직 노동자가 많다. 주 15시간 이상 월 60시간 이상 계속 근무를 지속할 경우 4대보험이 적용돼야 한다는 규정상 일정기간 근무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일부 설명에도 피해는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원청사는 자주 변동되는 인원에 대한 직·간접비, 업무의 단절로 생기는 공백에 의한 손실을 피할 수 없고, 파견업체 또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근로자도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하루하루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돌고 있다.

게다가 원청사는 의도적으로 4대보험 의무를 지키지 않은 무허가 업체(허가증 대여업체)와 계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일할 사람'을 찾게 되고, 무허가 업체도 유지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러한 인원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무허가 업체 설립을 막기 위해서는 산업특성을 인정한 고용 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 임금총량에 의해 운영되는 게 기본인데, 특히 총량변화가 심하고 이직률이 잦은 분야는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파견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파견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임금총량을 보장할 수 있는 토대를 먼저 제공해 무허가 업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중단속 결과 1~2년 사이 변화

이런 상황에 대해 강동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 지도감독은 "안산지역에 난립한 무허가 업체를 30여명의 공무원만으로 단속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허가 업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안산지역에 유독 집중돼 있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강 지도감독의 말을 빌리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5년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아 파견 허가증을 받은 업체와 원청사는 물론 무허가 업체에 대한 단속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 안산지역은 1~2년 사이 파견업을 신고한 업체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강 지도감독은 "원청사와 협력사는 올바른 기업윤리를 가지고 정당한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며 "근로자 보호와 파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이 같은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