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삼성SDS' 2탄 지배구조와 승계 구도 등을 살펴본다.
삼성SDS가 지난 23일 드디어 대표주관사를 선정했다. 삼성SDS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공모 방식 등도 곧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주관사 선정 와중에는 공모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크게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에서 이미 공모 구조 등에 대해서는 설계를 해뒀을 것으로 예상해서 그런 점도 있지만, 반대로 주관사 선정 이후 따로 이 부분은 논의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아무래도 실탄 확보, 활용 여부 관심
장외시장에서 최근 거래가격을 기준 삼으면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10조원선은 가뿐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조원에서 많게는 20조원까지 언급되는데, 주당 14만95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은 11조5600억원선이다.
사실 삼성SDS의 경우 상장을 언제 할지는 관심을 모았지만, 이른바 지배구조면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순환출자 중심의 삼성그룹 상황에서 삼성SDS는 길목을 차지하고 있거나 중심에 서 있는 경우는 아니었다는 평을 들어왔다.
삼성SDS가 가진 계열사 지분을 보면 △씨브이네트 9.4% △크레듀 47.2% △가치네트 10.5% △오픈타이드코리아 72.6% △에스코어 94.8% 오픈핸즈 100.0% △미라콤아이앤씨 100.0% △누리솔루션 100.0% △삼성생명 0.4% △삼육오홈케어 28.8% 등이다.
이 중에 삼성생명의 극히 적은 지분을 빼면 '삼성이 현재의 구도를 유지한다는 관점'에서는 물론 현재의 형식에 '3세 승계 구도를 위한 재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역할이 부여될 전환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60%대의 우호지분 비율은 삼성SDS가 상장시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프라임경제 |
즉, 승계 구도에서 삼성SDS가 누구의 지분을 갖고 있는지 보다 이 지분의 값어치를 어떻게 조성해서 어떻게 그 '실탄'을 사용할지에서 보는 게 낫다는 관심의 각도 설정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삼성SDS의 지분은 주요 계열사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3세들이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 3월 현재 이 회장은 0.01%,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25%를 갖고 있다. 이어서 두 딸(부진-서현씨)이 각 3.9%를 보유했다. 삼성물산 17.08%, 삼성전자 22.58%, 삼성전기 7.88% 등이 눈길을 끈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며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 부회장 등이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당 7150원에 취득한 것과 관련한 '헐값 인수 논란' 소송도 마무리됐다.
◆구주에 시선 쏠리는 까닭은?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SDS를 상장시킬 경우 투명성 확보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 일가로서는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고, 보유하다가 추후 지분 스왑이나 세금을 현물로 납부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우선, 신주 모집을 최소화하고 구주 매출 중심의 딜 구조를 만들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삼성전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60%대에 이르고 있어 구주 매출에 나서더라도 경영권 관련 우려는 크지 않다. 공모가가 기대 수준의 차익을 보장한다면 선제적인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는 대규모 신주 발행을 하면 대주주 지분가치 희석 등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SDS 지분이 향후 이 부회장 등 3세 패밀리의 그룹 승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신주 발행은 밸류에이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경우다.
대규모 신주 발행을 당장 하지 않는 게 나을 가능성은 삼성 전반의 구도를 아직 어떻게 푸는 게 가장 좋은 묘수인지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해서 삼성전자 등의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를 취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만약 이 회장 이후 시대를 맡을 3세들이 수조원의 상속세를 지불하지 못한 채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이 낮아질 경우 대신 에버랜드가 19.4%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삼성전자' 고리에 중요한 문제점이 생긴다. 금융지주회사 문제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에 이르는 구조에서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된다면 자회사인 삼성생명 소유는 가능하지만, 손자회사로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소유가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삼성생명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팔 가능성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익재단에 지분을 넘겨놓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미 BW 문제로 주목을 받은 삼성이 다시 이런 선택을 할지가 미지수다.
결국 상속을 대비, 최대한 많은 소요 자금을 확보하는 안을 강구하면서 가장 적절할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제기된다. 현재의 제도적 틀에서는 굳이 지금 움직일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곧바로 이 회장 일가의 삼성SDS 구주 매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필요는 적다고 할 수 있다.
구주 매출이 이뤄진다면 삼성물산, 삼성전기의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재용-부진-서현 남매는 지분의 가치를 좀 더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사업상 협력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지분가치를 희석하지 않고 차후를 기약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써 구주 매출을 활용할 가능성은 유효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삼성SDS는 지배구조 논의의 거의 끝자락에 있는 꼬리격이지만, 언제든 몸통(승계 문제) 움직임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슈 메이커역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위상을 갖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