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기초생활수급 장애인 A씨는 한 아이를 둔 가장이다. 그는 한 달 평균 83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는다. 아들이 학생인 만큼 부양능력이 없어 기초생활수급 2인가구에 해당하기 때문. A씨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구직을 준비 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취업을 하게 되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상실해 그동안 받았던 여러 혜택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 취업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비롯해 각 지자체와 기업 등은 장애인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채용박람회를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이 내놓은 '2014년 1/4분기 장애인구인구직 및 취업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는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구인수, 구직자수, 취업자수 모두 증가했다. 구인수는 2만1438명으로 같은 기간 15.6%, 구직자수는 1만2420명을 기록, 7% 늘었다. 또 취업자수는 6023명으로 이 기간 38.5%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사단법인 대전컨택센터협회(회장 이승열·이하 협회)는 콜센터 장애인 취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장애인 대상 취업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교육을 받았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의 취업연계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빈곤 기준선 이하의 저소득 국민에게 국가가 생계·교육·의료·주거·자활 등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해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자를 의미한다. 이렇듯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수급권자 가운데 장애를 가진 사람을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이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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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서는 해마다 기초생활수급자 최저생계비 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표는 2014년 기초생활수급자 최저생계. ⓒ 프라임경제 |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은 수급권자 월 가구소득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년 발표하는 '최저생계비(2014년 1인가구 60만3403원)'를 초과할 경우 배제되며, 부양의무자 또한 월 가구소득이 정부 기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 기초생활 수급비용은 매년 보건복지부에서 9월 발표해 공시하고 있다.
◆일하고 싶지만 급여 대비 지원액 큰 차이 없어
A씨는 "취업을 하면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을 박탈당해 그간 받은 병원비, 약값, 교육비 등 다양한 혜택이 사라진다"며 "취업 후 급여가 현재 혜택에 비해 큰 차이가 없어 취업을 보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생활 수급권자 자격이 없어지면 다시 수급권자로 선정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다"며 취업에 대한 두려움을 전했다.
A씨처럼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들은 일터로 나오고 싶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지원혜택 상실과 퇴직 후 기초생활수급권자 재선정 어려움을 이유로 취업을 고민 중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이를 악용해 오히려 기업을 고르거나 더 많은 급여를 요구하는 장애인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일정 인원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의무고용률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미달된 인원 수에 따라 1인당 100만5000원을 내야하고 3/4 미만이면 월 83만7500원이 부과된다.
또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1인당 최저임금인 108만8890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낮을수록 부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해 일부에서는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라고 설명한다.
기초생활수급 장애인 B씨는 "기업에서는 장애인 채용이 의무화돼 있기 때문에 장애인을 채용함으로써 부담금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 부담을 줄여주면서까지 일을 나가는데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을 버리라고 하면 누가 일을 하겠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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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나 직업능력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워크넷 등에서 장애인 취업을 돕고 있다. = 추민선 기자 |
이와 함께 일부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들은 급여 등 일자리 여건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한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용 대비 급여가 수급혜택 부분까지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교통편, 복지시설 등의 부족을 이유로 들며 취업을 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실 장애인을 채용하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줄일 수 있고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기초생활수급 혜택 부분까지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며 "장애인들이 오히려 일자리를 고르는 상황도 많다"고 실상을 토로했다.
◆아이러니한 불변의 고민… 장애인 일자리 부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들이 상당수다. 이들은 기업이 막상 면접을 진행하면 요구하는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락시키는 탓에 취업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 C씨는 "약만 먹으면 정상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뇌병변이라는 이유를 들어 (취업이)힘들다고 했다"며 "사실 우리는 자립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하는 데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너무 한정돼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들은 사실 기초생활수급비용보다는 병원비와 약값 지원만 약속되면 취업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지난 교육에서도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이 수급 혜택을 유지하면서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첨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사례를 들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요건만 갖추면 금융동의서를 확인해 14일 이내에서 최고 30일 이내에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다시 선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을 상실하면 그간 받았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 수급권자 재등록이 어렵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재선정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취업을 해야 한다"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나 직업능력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워크넷 등 통해 구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취업을 장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