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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아인의 법'은 현재 전 세계에서 '구조거부죄' 또는 '불구조죄'란 이름으로 통용된다. =정수지 기자 |
[프라임경제]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무슨 일인지 사진 속 두 친구가 계단에 몸을 숨긴 채 무언가를 몰래 엿보고 있었는데요. 사연의 주인공보다 지켜보는 이의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주변 시선이 쏠렸습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이들은 친구의 사랑 고백 장면을 훔쳐보는 중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 '싸움구경' '사람구경'이듯 그냥 지나칠 수 없던 거죠.
비록 그 친구의 고백이 아름다운 결말을 맺진 못했지만 이 고귀한 상황을 구경거리에 비유하는 것이 내심 미안했는데요. 화두가 '구경'에 맞춰지다 보니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 법은 짧게 말해 '위험해 처한 자를 구하지 않고 구경만 한다면 처벌 받는다'이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마리아인의 법' 이란 명칭은 강도를 당해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보고 당시 사회의 상류층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모두 그냥 지나쳤으나 유대인과 적대 관계인 사마리아인이 구해 주었다는 '신약성서'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는데요.
현재 이 법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제사장과 레위인과 같은 행위를 '구조거부죄' 또는 '불구조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고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구조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5년 이하의 구금 및 50만 프랑의 벌금에 처한다(신형법 223-6조 2항).'
폴란드는 '개인적인 위험에 닥쳐 본인 또는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을 노출시키지 않고 구조할 수 있는데도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금고나 징역에 처한다(247조)'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데요 .물에 빠진 사람을 충분히 구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해 주지 않은 사람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노인이나 영아, 직계존속, 질병 등의 사유로 부조(扶助)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가 그들을 유기한 때에는 유기죄로 처벌 받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