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4년 기준 파견업을 신고한 사업장 수는 2500여개 업체에 달한다. 파견사업은 지난 1998년부터 급속도로 성장하며 사업장 수를 늘렸지만 이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파견법은 각종 규제로 오히려 이들을 옥죄고 있다.
특히 파견과 도급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지도감독을 나온 감독관 판단에 따라 업체들은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합법이었던 파견업이 올해 지도감독 결과 불법 판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수 없으면 걸리는 게 파견업"이라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다.
실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들이 올해 초 도급인원에 대해 불법 판정을 받음에 따라 대규모 도급인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4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현대차동차의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불법파견 결정을 내린 후 검찰에 송치한 뒤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불법파견 판단이 속출하는 원인을 지나친 파견근로 규제에서 찾고 있다. 올해 현재 파견근로자 허용 범위는 컴퓨터 관련 전문가 등 32개 업종에 국한됐으며 근무기간도 최장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이유 탓에 사용업체는 파견 형태가 아닌 도급 형태로 근로자를 받아 사업을 꾸리고 있다.
여기서 파견은 '원청업체가 인력파견업체의 근로자를 자신의 사업장에 데려와 쓰는 것'이며 도급은 '특정 업무 전체를 협력업체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파견근로자들은 원청사 직원의 지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노동 관련 규제를 받고 있지만 도급은 예외다.
이러한 규제로 고용노동부의 지도감독을 받은 업체들은 감독관이나 재판을 통해 '실질적으로 파견 형태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으면 꼼짝없이 불법파견 또는 위장도급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것.
파견업체를 10년간 운영 중인 김정식씨(가명·62)는 "파견법은 업(業)을 위한 법이 아닌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만들어졌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파견법을 만든 사람들은 운동권 출신, 노동조합 사람들로 파견업무 효율성보다는 파견근로자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워 법을 만들었고, 이 결과 보호 명분에 따라 엄청난 규제들이 생겨났고, 명확한 원칙 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돼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판매·판촉 파견의 경우 파견 가능 업종과 불가능 업종으로 세분화해 구분 짓고 있어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뒤늦게 시정명령을 받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 파견업체의 애로사항이 여전하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판매·판촉의 경우 모두 파견허용직무가 아니며 주유원(51206)과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51209)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파견이 허용된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에는 화장품소매인, 연탄 소매원 등 일부 업무이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원청사의 도급 인력을 규제하고 직접고용을 강제하면 대기업 799곳과 도급계약을 맺은 8500여개 협력업체 모두 도산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전반의 고른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15년 전 졸속 제정된 파견법으로 업체를 옭아 맬 것이 아니라 산업특성에 맞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고용 유연성을 인정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춰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파견업계들을 더 이상 범법자로 만들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