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4.05.22 15:51:04
[프라임경제] 이재현 CJ 회장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자금 조성 및 횡령·탈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 이 회장은 22일 항소심 두 번째 공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 하늘색 환자용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다. 못 알아볼 정도로 수척해진 모습에 한 눈에 봐도 건강이 염려스러웠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이날 법정 방청석 맨 앞 자리에 앉아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체계적인 의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를 해달라는 것.
이 회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초 신장 이식수술에 따른 감염을 우려했으나 그 보다 신장 자체에 대한 거부 반응 초기 증상을 보여 모든 상황이 불안정하고 생명까지 위험한 상태다.
지난 9일 서울대병원 검사 결과 그 동안 안정적이었던 혈중 면역억제제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고, 단백뇨와 부종도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고혈압 증상까지 나타난 이 회장은 결국 지난 13일 구치소를 나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달 30일 재수감 된지 2주만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병원에 입원한 후 고강도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지만 아직 안정적인 몸 상태를 되찾지 못한 상태"라며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진 이 회장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수감 생활을 견디기 어렵고 재판받는 것조차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발 근육과 신경이 위축되는 샤르코-마리-투스 병이 악화돼 혼자 잘 걷지도 못 한다"며 "한 때 70~80kg에 달했던 몸무게가 49.5kg까지 떨어졌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팔과 다리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마스크를 고쳐 쓰는 이 회장의 손은 심하게 떨렸다.
앞서 1심 재판에서 이 회장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1심은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근 260억원을 선고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들어 법정 구속은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과 서울구치소 등의 의견조회결과를 종합해 볼 때 특별히 연장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 결정에 따라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구치소에 수감 됐으나 건강 악화로 다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상태고, 이 같은 정황에 미뤄봤을 때 이 회장 측은 조만간 다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공판은 증인심문 중심으로 진행됐으며,1심 판단 중 '최고경영자의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할 수 있다면 비자금 조성행위 그 자체만으로 횡령죄가 성립 된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투고 있는 것과 관련,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비자금의 용처를 입증하지 못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개인재산을 관리한 직원을 따로 웠고,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사용해 증빙서류를 조작한 점, 각종 서류와 장부를 파기한 점 등을 근거로 "조성 목적, 방법 등을 볼 때 충분히 횡령 혐의가 입증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