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살한 고객의 보험금을 두고 생명보험 업계가 시끄럽다. 자살한 생명보험 가입자에게도 재해 사망자와 같은 고액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 사망자로 분류해 낮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객과 보험업계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재해 사망보험금은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2~3배가량 많다.
문제는 2010년 4월 개정 전까지 생명보험 재해사망특약에 담겼던 약관 내용 때문에 발생했다. 당시 약관은 보험금 지급 제외 항목에 '특약의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쳐 장애등급 1급이 된 경우는 제외한다'고 명시해 2년 뒤에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당시 보험사들이 새 약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거 표준약관의 문구인 '자살한 경우는 그러지(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실수로 적지 않은 것이다. 보험사들은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2010년 4월 이후 약관을 개정했지만 이전에 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여전히 자살사고에 대해 재해보험금을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ING생명 검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 이를 내달 초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2003~2010년 사이 재해사망 특약 가입자 중 자살한 90건에 대해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했고 미지급된 금액은 총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초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고 밝히며 ING생명 외에 타 보험사도 결과에 따라 미지급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2007년 대법원이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어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의 말을 빌리면 푸르덴셜생명, 라이나생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생보사가 '자살보험금 사태'에 포함되며 보험금 추가 지급액은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약관상 오류'라고는 하지만 금융당국·보험업계·고객 모두 자살은 재해사망이 아니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자살자에게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힘든 상황에 처한 보험계약자가 자살보험금을 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의 걱정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그보다 보험사들이 먼저 따져야할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다. 보험사들이 '오류'라고 주장하는 약관 역시 고객과 보험사의 약속이다. 고객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상품에 대해 고객은 비용을 지불하고 보험사는 보장내역을 책임지겠다고 계약하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보험사들은 '보장내역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항의하는 고객들에게 '약관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보장내역을 잘 알지 못하고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의 민원이 빈번하자 상품광고 등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