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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빙그레 ① 태동과 성장…화려한 부활의 날개짓?

김호연 전 회장의 6년만의 경영 복귀, 침체됐던 빙그레 성장 기대

전지현 기자 기자  2014.05.22 09: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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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에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빙그레를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한화그룹의 김종희 창업주는 화약과 첫 인연을 맺은 후 기간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중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받는다. 그것이 바로 대일유업(現 빙그레).

1967년 9월13일에 주식회사 대일양행으로 설립된 대일유업은 '투게더' '바나나맛 우유' 등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듭된 적자로 골치를 썩던 정부는 한국화약(現 한화)에 대일유업 인수를 요청하고 김종희 창업주는 정부의 집요한 설득에 못 이겨 대일유업을 떠안게 됐다.

   빙그레 BI. ⓒ 빙그레  
빙그레 BI. ⓒ 빙그레
5공 시절 한화는 한화유통(現 한화갤러리아)과 명성그룹 5개사를 인수하며 레저를 비롯한 유통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던 중 1991년 빙그레와 제일화재가 계열분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4년간 이어진 '형제의 난'이 시작된다.

김종희 창업주와 강태영 여사 사이에서 2남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김호연 전 회장은 1992년 빙그레가 한화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한양유통 사장이었다. 그러나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명예 퇴진 당했고 이 조치가 도화선이 돼 3년6개월 동안 재산권 분할 다툼으로 총 31차례 소송을 제기한다.

인수 시절부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데다 증자도 없어 경영상황이 악화되던 시점에서 불명예 퇴진 통보에 김호연 전 회장은 분노를 참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점잖은 충청도 양반으로 통했던 그에게도 참을 수 없는 화근이 돼 김 전 회장은 재산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강태영 여사가 칠순잔치에서 형제에게 간곡히 화해를 빌어 형제의 난은 마무리됐다.

◆경영자질 논란? 빙그레로 화려한 부활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지난 2004년 4월 '한국의 경영자상'을 받았다. 그가 유독 이 상에 자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역시나 '경영자로서 자질이 의심된다'는 비난 때문이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전언들이 많다.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 ⓒ 빙그레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 ⓒ 빙그레
1992년 빙그레를 떠안은 김호연 전 회장은 2005년부터 화려한 부활의 나래를 편다. 경영 초반 빙그레 부채 비율 4183%는 30%대로 급감했고, 230억원의 시가총액은 무려 20배 가까이 늘어난 4500억원대까지 폭증했다. 10년간 누적적자 100억원은 2005년 순이익 387억원을 바뀌었다.

이 같은 결과는 당시 김 전 회장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결단력이 주효했다. 그는 '썬머리' 베이커리사업을 삼립식품에 매각하는 동시에 냉동식품과 초코케이크 등 비주력사업은 철수를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당시 주력사업이던 라면과 스낵을 과감히 접는 결단을 내린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김 전 회장은 친박 라인을 앞세워 정치권에 출사표를 던지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치권을 향한 야심을 보이던 김 전 회장은 6년 뒤가 되는 지난 3월 빙그레 등기이사직 복귀를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듯 했으나 현재까지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김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두고 3세 경영승계와 함께 빙그레의 재도약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심심찮게 감지되는 등 다양한 해석이 엇갈리는 중이다.

◆김호연 전 회장 말수 적고 차분한 학구파

실제 김 전 빙그레 회장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재계에서 알아주는 학구파로 유명하다. 아울러 외부에 자신과 관련된 일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차분한 성격을 가졌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김 전 회장의 아내인 김미 여사는 지난 2010년 천안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남의 얘기를 주로 듣는다. 타인을 배려하고 속이 깊으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배우기를 좋아한다"며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고 말수가 적다"고 말했다.

   빙그레 '요플레 딜라이트'. ⓒ 빙그레  
빙그레 '요플레 딜라이트'. ⓒ 빙그레
경기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김 전 회장은 일본 히도쓰바시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외교안보 석사 및 서강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의 부인인 김미씨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며, 정략적 혼인이 만연했던 재벌가의 결혼과 달리 이례적으로 연애 결혼했다. 5년이 넘는 연애기간 후 1983년 2월 결혼에 골인했고 부부는 슬하에 장남 동환, 장녀 정화, 차남 동만 등 2남1녀를 두게 됐다.

현재 김 전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씨는 언스트앤영(Ernst&Young) 한영 회계법인에 입사, 인수합병(M&A) 어드바이저리 팀에 있고 1984년생인 장녀 정화씨는 유학파로 바이올린 전공 중이다. 1987년생인 차남 동만씨는 지난 2011년 6월30일 경남 진주시 금산면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에 제126기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