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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95] 자폐인 위한 디딤돌 '오티스타'

사회생활에 문제 주는 자폐, 재능 재활 통해 별처럼 빛나게

전지현 기자 기자  2014.05.21 08: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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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착하고 예쁜 마음을 담았기 때문일까요. 착한 일을 하다 보니 좋은 사람들만 만나나 봐요. 그분들의 물심양면적 지원과 후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한편에 자리 잡은 건물 6층에 들어서니 66.11㎡(20여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6명의 인원들이 각자의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오티스타 협력 디자이너 작품 '축구하는 코끼리'. ⓒ 오티스타  
오티스타 협력 디자이너 작품 '축구하는 코끼리'. ⓒ 오티스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고개를 돌려 반갑게 맞는 사람들. 사무실 곳곳에는 머그컵, 가방, 골프공, 메모지, 접시 등 알록달록하게 아기자기한 디자인 옷을 입은 제품들이 즐비했다. 

이곳은 자폐인의 사회통합과 재능재활을 추구하는 서울시 예비사회적 기업 오티스타. 오티스타(AUTISTAR)는 'Autism Special Talents and Rehabilitation'의 약자로 '자폐인의 재능 재활을 통해 별처럼 빛나게 한다'는 뜻을 담았다.

지난 2012년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의 산학협력 활동 결과로 설립된 오티스타는 자폐범주성 장애 (Autism Sepectrum Disorders) 학생의 재능재활을 돕기 위해 탄생했다.

오티스타를 통해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자폐인이 무상으로 디자인 교육에 참여하고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우는 이곳은 모든 제품에 자폐인 그림이 담겼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은 이들의 독립생활과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오티스타, 자폐아들의 사회 일원 도약 디딤돌

"우리 역할은 자폐아들이 사회 일원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디딤돌입니다. 자폐는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경영도 중요하지만 특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자폐를 품고 자폐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이소현 이화여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 하영인 기자  
이소현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 하영인 기자
오티스타를 이끄는 선봉에는 이소현 이화여대 사범대학 특수교육과 교수가 있다.

이  교수는 2012년 5월부터 현재까지 디자인스쿨을 운영하며 자폐학생들에게 무료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교육생들이 대인관계기술 등 직업생활에 필요한 전문기술을 터득함으로써 오티스타의 협력디자이너로 활동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이화여대와 SK플래닛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소현 교수 연구팀이 디자인 교육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시장에 내놓는 형태다.

2012년 이화여대와 SK플래닛은 자폐범주성 장애학생의 사회·경제활동 참여를 위한 사회공헌프로그램 'ESTAR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성과 덕에 자폐인의 재능재활을 추구하는 오티스타가 설립됐고 자폐인의 그림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디자인 기업으로 커가는 중이다.

현재까지 총 5차 디자인스쿨 운영을 통해 30여명의 디자이너를 배출했다. 이 중 2명의 학생은 오티스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엔 장애를 딛고 SK플래닛 사회공헌 CSR팀 소속 디자이너도 탄생했다.

이소현 교수는 "우리는 모두 특수교육 전공자"라며 "자폐인 특징은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뿐 '시각적 학습자'로 천부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인데 체계적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다"고 안타까운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이 같은 고급인력들이 사회적응 교육으로 사회통합을 이루는 '복지모델'을 만들어 진로로 연결하고 디자인 상품화를 통해 그들의 재능으로 경제적인 소득을 올리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자폐 전공자의 순수 기업 '오티스타'

오티스타가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대기업 도움도 컸다. 첫해 SK플래닛으로부터 받았던 지원금 3000만원은 이듬해에 이어 올해 각각 1억원으로 늘었다. 이렇게 보조되는 지원금은 거의 인건비로 나간다.

그러나 1억원이라는 금액은 오티스타의 연매출 7억원에서 8억원이 될 때 산출되는 금액인 만큼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오디스타 디자인 제품. = 하영인 기자  
오디스타 디자인 제품. = 하영인 기자
사실상 인건비라고해도 오티스타 2명의 디자이너들을 제외하면 4명의 식구들은 모두 이화여대 석박사 연구원들이다. 즉, 자폐인 후원을 목적으로 모인 봉사자들인 셈이다.

설립 초기부터 오티스타의 일원으로 참여한 박혜성 이사 역시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자폐 전공 박사과정 중이다. 그렇지만 전공서적이 가득해야 할 그의 책상에는 각종 포장지와 종이박스, 오티스타 제품들이 가득했다.

박 이사는 "제품 의뢰가 들어오면 저희가 직접 박스를 만들어 포장하는데 미리 좀 치워둘 걸 그랬다"며 "어수선해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의 말을 전하는 모습에서 한 기업의 이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해보였다.

그는 "초반 오티스타를 알릴 때 이소현 교수는 주변에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사비로 구입한 오이스타 제품을 기념품으로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며 "존경받을 위치에 있는 분이 저토록 앞장서는데 더 도움이 못돼 항상 죄송할 뿐"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어지는 기업 손길도 큰 위로

덕분인지 기업이 건네는 도움의 손길도 조금씩 늘었다. 지난 4월1일부터 15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H에서 현대백화점과 SK플레닛의 후원 하에 디자인 상품전을 열었고, 최근 롯데마트에서는 자폐학생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PB 티셔츠' 출시하겠다며 먼저 찾아오기도 했다.  

   디자인스쿨 교육을 통해 디자인을 배운 오티스타의 협력 디자이너의 작품. = 하영인 기자  
디자인스쿨 교육을 통해 디자인을 배운 오티스타의 협력 디자이너의 작품. = 하영인 기자
롯데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오티스타'와 손잡고 전국 50개 점포에 자폐 범주성 장애인이 그린 그림을 그래픽 작업한 성인 및 아동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전국에 위치한 롯데마트라는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폐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는 동시에 좋은 일을 하는 오티스타의 취지를 알리고 상품성 있는 디자인 상품을 소개하는 판로 개척이라는 점에서 여간 큰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롯데마트의 경우 도용된 디자인에 대한 비용을 오티스타에 지불하고 판매 수익금 일부 역시 회사에 환원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할수록 자연스럽게 도움의 손길로 이어지는 구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오티스타 티셔츠 그래픽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동물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발상의 독특함이 눈에 띈다"며 "디자인의 독특함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쉐어슈머(Sharesumer)'가 늘어나는 사회트렌드를 감안할 때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오디스타 디자인 제품. = 하영인 기자  
오티스타 디자인 제품. = 하영인 기자
최근에는 국회 기념숍에도 오이스타 제품이 들어갔다. 박 이사가 오티스타를 알리기 위해 한 국회위원에게 선물로 전달한 것이 계기였다.

이화여대 입학처에서 만드는 전단에도 이들의 디자인이 활용되는가 하면 지난 2월부터는 교보문고 '아픈 아이들의 천사가 되어 주세요' 프로젝트 2월 기부선물로 동물 머그컵이 선정됐다.

이 교수는 "상품화한 디자인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자폐인 부모나 아이가 갖는 긍지가 생긴다는 게 더 큰 효과"라며 "자폐인들은 위축되거나 소외되기 마련인데 본인이 디자인한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볼 때 심리적으로 큰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디자인을 통해 번 20만원을 손에 들고 '우리아이가 태어나 처음 번 돈'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며 "할머니 내복과 커피 한잔을 사는 그 어머니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을 보탰다. 

◆"매출 10억 이뤄 건물 하나에 모든 자페인 품고파"

"자폐 아이들은 그들만의 매력이 있어요. 순수한 마음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감동시키는 묘한 매력이…. 이런데 어찌 그들을 예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이런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들 모두 교육과 경영을 동시에 하는 만큼 힘들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같은 활동을 왜 하는가'라고 물으니 이 교수와 박 이사가 공통적으로 전한 답이다.

이 교수는 "교수라는 직업과 달리 경영은 내일을 긴장하게 만들기에 불안감을 못 이겨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면서도 "그러나 세상이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 역시 이 일을 통해 느꼈고 주변의 무한한 지지와 후원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아이들의 제품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데 개인적인 판매가 불법이라고 했다. 단지 창업하면 아이들의 제품을 팔 수 있다는 생각에 이 길에 들어섰지만 법인 설립에도 경영과 창업에 대해 무지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교수의 탄식과 맞물리는 것인지 오티스타는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전시를 많이 하지만 이윤추구라는 경영의 기본 틀 없이 순수한 마음만 앞서다보니 지인 등에 한정된 도움을 받는 정도다. 향후 바람 역시 그들의 눈에는 자폐아들만 보이는 듯 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향후 매출이 늘면 건물을 얻어 1층에서 디자인 상품을 팔고 2층은 디자인 스쿨로 운영, 전국에서 디자인 교육을 원하는 모든 학생을 품고 싶다고 희망했다. 수업을 늘리려면 고급인력에 대한 인건비도 지원돼야 하지만 인원이 충분치 않아 안타깝다는 하소연도 더해졌다.

이 교수는 "오티스타에서 인턴 경험을 통해 정규사원을 딛고 사회로 가는 모형이 됐으면 한다"며 "영업, 홍보, 일반 디자이너, 회계 등 모자란 것투성이다. 연매출 10억원이 달성돼야 이 모든 일이 가능할 텐데 현재는 그 1/3도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고 첨언했다.

한편, 현재 미국 예일 대학교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과거 88명에 1명꼴이던 자폐인 비율은 올해 초 68명에 1명꼴로 증가세다. 자폐는 선천적이지만 많은 이들이 인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생활에 힘들고 통제가 어렵다면 자폐가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