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반환된 미군기지 상당수가 기름에 오염돼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환경오염을 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명박 정권 임기말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기준에서 유류로 오염된 토양 처리기준(TPH)을 삭제했던 사실이 2년 만에 밝혀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광주 동구)이 20일 공개한 환경부의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 개정 경과 및 주요내용' 답변에 의하면, 한미 양국은 2012년 6월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EGS)을 개정하면서 미군 측의 요청에 따라 유류로 오염된 토양 처리기준(TPH)을 삭제했다.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Enviromental Government Standard, EGS)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 내의 환경관리를 위해 만들어져 사용 중인 지침으로 미군기지 내의 대기, 수질 등 환경관련 각종 오염원 관리 및 오염물 처리에 관한 규정을 담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10월 EGS 1차 개정을 통해 당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기지가 POL(석유, 오일, 윤활제)에 오염된 토양을 처리해야 할 경우 이 처리 목표는 석유계총탄화수소 800ppm이다"라는 내용의 유류로 오염된 토양 처리기준(TPH)을 추가하면서 기지 내 폐기물 매립을 금지하는 등 환경관리기준을 개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임기말인 2012년 6월 2차 개정된 EGS에서 8년 전 신설한 TPH 기준을 삭제하는 '제도 개악'이 이뤄졌던 사실이 2년만에 드러난 것.
2012년 2차 개정 당시 삭제된 TPH(Total Petroleum Hydrocarbon, 이하 TPH)는 토양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토양이 등유·경유·제트유·벙커C유 등과 같은 '유류에 의해 오염된 정도'를 나타낸다. 식물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암을 유발하는 발암성 유독물질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실에서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도 반환미군기지 중 매각대상 오염기지 17곳에서는 공통적으로 TPH 오염이 발견됐다. 정부는 이들 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정화비용으로 총 1865억 5000만원을 지출했다.
이처럼 반환미군기지의 대표적 오염물질인 TPH 기준을 이명박 정권 임기말이던 2012년 삭제함으로써, 미군은 기지 오염 문제에서 자유롭게 돼 천문학적인 환경정화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반면 우리 정부는 그만큼의 국민세금을 오염된 미군기지 정화에 써야 할 상황에 놓였다.
현행 SOFA 등 규정에 의하면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라 미국 측이 EGS 개정안을 마련해 한국 측에 제시하고, 한국 측은 이를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내용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한국 측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 의무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 측 개정안에 대해 한국이 반대하더라도 미국 측의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수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박주선 의원은 "임기말 굴욕외교를 숨긴 이명박 정권과 외교당국의 무능으로 인해 우리 국민만 '눈 뜨고 코 베인 격'이 됐다"면서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미국정부의 돈으로 환경오염을 치유할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우리 국민의 부담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미국 측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EGS 기준을 맘대로 변경할 수 있는 현재의 SOFA 관련 규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면서 "EGS 개정 시 한국 측과의 합의를 의무사항으로 하는 등 SOFA 환경조항을 개정해 한국 국민의 혈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