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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경 폐지? 상수도사업본부처럼 안 되려면…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5.20 13: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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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89년 봄에 내무부(현재 안전행정부)에서는 서울 등 주요도시의 상수도사업본부 설치 게획을 내놓는다. 시청의 국 단위에서 처리하던 것을 업무 중요성을 감안, 조직 단위로 격상시켜 맡긴다는 게획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본부가 됐다고 해서 각종 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워지는 등 효과가 확실히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본부 설치 후 몇 년 지나지 않은 1995년에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백수십명이 상습 수뢰 혐의로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업자가 공사비를 과다 청구하는 것을 묵인해 주고 돈을 받는 등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상수도사업본부 같은 경우에는 본부 승격 당시부터 조직 내에 감사팀(이후 감사과)을 두는 등 큰 각오를 표명했지만, 본청의 감사조직에 이를 흡수시킬 것이라는 소식이 언론에 오르내린 바 있다. 상수도비굴착 관로 내부공사 관련 위법 사실 등을 밝혀내는데 이 사업본부 산하의 감사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세월호 참사가 인재였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구조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데 따라 위기관리 콘트롤 기구들이 역풍을 맞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따라 해양경찰청은 해체되고 안행부도 기능 조정의 대수술을 받을 전망이다.

사실 안전행정부는 과거 행정자치부였다가 안전을 강조한다고 행정안전부로 바뀌었고 이조차도 미흡하다고 해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을 한 것이다.

이름을 바꾸고 새 조직을 만드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 와중에 조직이 커져 '승진잔치'를 한다고 해도 꼭 필요한 조치인 경우도 있다. 곳곳에 흩어진 업무를 모으고, 작은 조직으로는 일이 버거운 애로사항을 뚫어주는 비상조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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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해경과 안전행정부 대수술 추진 소식을 들으면서 "과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원론적인 개혁과 확장 필요성보다는 그간 과거 사례를 보니 큰 기대를 걸 게 아니라는 학습효과 쪽으로 생각이 미치는 탓일 것이다. 찻잔 속 태풍처럼, 지나가면 또 그만인 개편이나 수술은 차라리 안 하느니 못할 수 있다. 20여년 전 윤곽을 드러낸 상수도사업본부 문제가 아직 100점짜리 성공사례로 평가되지 못하는 이유를 참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