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4월에서 5월, 이 시기가 되면 학생들은 수학여행으로 마음이 들뜨고, 대학과 기업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세월호의 침몰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진도 앞바다 차가운 물속에 잠겼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과 학교가 행사를 취소하고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했다. 이에 협동기획은 (대표 김환회)은 지난 4월26일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상담사들의 힐링을 위해 아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 4월26일 오전 7시 충정로역에 하나 둘씩 협동기획 상담사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힐링투어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모인 상담사들의 얼굴은 심신의 안정을 위해 떠나는 기쁨보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더 컸다.
약 200여명의 상담사가 떠나는 '힐링투어'는 6대의 버스로 나뉘어 모두 다른 지역에서 출발해 아산의 공세리 성당에서 집결하기로 했다.
충정로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모두 스탭으로 구성돼 있었다. 집결시간인 7시30분이 되자 1호차의 버스는 강변북로를 지나 서해안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이날 하루 가이드를 맡은 강상욱 NH여행 팀장은 버스에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는 약 2시간여를 달려 아산에 위치한 공세리 성당에 도착했다. 공세리 성당은 아산만과 삽교천을 잇는 인주면 공세리 언덕 위에 세워진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의 본당으로, 초기 선교사들이 포구에 상륙해 전교를 시작한 곳이다.
◆세월호 실종자들 빨리 찾길 바라는 마음뿐
공세리 성당은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당으로 지난 1894년에 설립됐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십자가 길과 장구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삼백년 이상 된 느티나무, 그리고 봄꽃이 만개해 있었지만 상담사들은 조용히 길을 따라 성당으로 올라섰다.
성당의 십자가가 보이는 곳에 도착하자 마리아 상이 마치 왜 왔는지 알고 있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상담사들을 내려다 봤다.
성모마리아상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농협카드 상담사 문세은씨(가명·26세)는 "즐겁고 재미있어야 할 수학여행이 슬프고 안타까운 여행이 됐다"며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있는 세월호의 실종자들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기도 한다"고 전했다.
몇몇 상담사들은 성당으로 들어가 예배를 드리고 싶어 했지만 예배중이라 밖에서 약식으로 기도를 했다. 공세리 성당을 모두 둘러본 후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일정을 돌았다. 필자가 탑승한 A팀의 차량은 약 30분을 달려 성당추모에 이어 봉곡사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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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곡사 돌무덤에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김경태 기자 |
충남 아산의 명품 사찰길로 유명한 봉곡사는 지난 887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로 진입로의 소나무는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 때 연료용 송진을 채취했을 만큼 아름드리 소나무가 밀생해 있는 봉곡사의 사찰길은 아직도 일제 만행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아픔을 더 했다.
상담사들은 시원한 숲길을 오르며 곳곳에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돌무더기에 작은 돌 하나를 더하며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농협보험 상담사 이효정 씨(가명·36세)는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오늘까지 날씨가 좋아 세월호의 실종자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부디 빠른 시간안에 모든 실종자들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봉곡사에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마치고, 4대째 내려오는 아산의 명물이자 국내 판매 1위 젓갈집인 '굴다리식품'으로 이동했다.
◆온도·보관 따라 젓갈 맛·상태 달라요
굴다리식품은 삽교천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 백석포구 앞에서 시작된 4대 80년간 이어져 내려온 전통 젓갈업체다. 대한민국 젓갈의 대명사로 최고 품질의 젓갈을 판매하는 곳으로 정평 나 있기도 하다.
굴다리식품의 대표 젓갈은 새우젓으로 수년째 국내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또 올해 국내 최초 젓갈 HACCP공장과 젓갈문화체험관, 12가지의 저염식 젓갈을 맛볼 수 있는 뷔페식당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젓갈을 보고, 배우고, 맛보는 등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굴다리식품에 도착한 상담사들은 먼저 젓갈을 보관하고 있는 토굴관광 체험을 했다. 토굴에 들어선 홍영현 협동기획 팀장은 "보관소 문을 처음 열었을 때 젓갈의 향이 확 느껴져 깜짝 놀랐지만 막상 안에 들어서 보니 보관소 마다 다른 온도에서 보관되고 있어 신기했다"며 "젓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젓갈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토굴체험 후 상담사들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젓갈 뷔페로 이동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굴다리식품의 대표 젓갈인 새우젓을 비롯해 △명란젓 △오징어젓 △멍게젓 △토란젓 △가자미식해 △굴젓 등 다양한 젓갈이 준비 돼 있었다.
김환회 대표는 "신선한 젓갈과 돼지고기 수육의 어우러짐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맛있었다"며 "일반적인 뷔페가 아닌 젓갈만으로 준비된 색다른 뷔페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상담사 힐링 위해 꽃식물원·레일바이크·연극 마련
식사가 끝나고 약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세계 꽃 식물원이었다. 식사 후 맡는 꽃 내음이라 그런지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세계 꽃 식물원은 지난 2004년 3월20일 1만7000여㎡의 유리온실을 리모델링해 세계 유명 꽃 1000여 종을 한데 모은 동양 최대 실내 식물원이다. 이곳은 1만5000여의㎡ 화훼단지 내에 연중 다양한 테마별 꽃과 식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식물원을 꾸며 1년 내내 20가지 테마의 꽃 축제를 개최하는 곳이다.
상담사들은 튤립이 가득한 꽃밭을 지나 베고니아, 백합 등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식물원 내에 있는 산새들에게 모이를 주기도 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그렇게 약 30분간 식물원에서의 시간을 즐긴 후 레일바이크를 경험하기 위해 아산역으로 출발했다. 아산역에 도착하니 B팀의 버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중이었는데 상담사들은 잠깐의 눈인사와 다음 목적지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
아산레일바이크는 지난해 5월에 개장해 장항선 폐철도 구간 5.2km를 왕복하는 복선철도로 1회 왕복소요시간은 45분 정도인데 힘찬 폐달질로 35분만에 주파했다.
레일바이크를 마친 상담사들은 시원한 수돗물과 아이스크림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200석 규모의 아산 코미디홀로 자리를 옮겨 '남자 이야기'라는 연극을 관람했다.
마지막으로 상담사들은 옹기발효음식 체험관 내에 있는 바비큐 장소로 이동해 저녁 식사 후 서울로 올라왔다.
농협카드 김영숙 매니저(가명·40세)는 "회사에서 준비한 여행이라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어 좋았다"며 "특히 상담사라는 직업상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은데 오전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김환회 대표는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상담사들을 위한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번 힐링투어를 통해 업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세월호 실종자들을 빨리 찾길 바란다"며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