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증권의 삼성자산운용 매각이 사실상 '남 좋은 일'이 될 공산이 커졌다. 사업구조 개편과 시너지 확대를 이유로 들었지만 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장기적 부담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히려 삼성선물을 내준 삼성생명은 자산운용 역량은 물론 향후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훨씬 유리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금융지주사 설립이 이번 거래의 진짜 의도라는 추측도 나온다.
◆표면적 이유에도 업계 평가는 '싸늘'
삼성증권은 지난 9일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보유했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65.26%를 삼성생명에 매각하고 대신 삼성선물 지분 49% 매입을 공시했다. 자산운용 매각 가격은 2727억원 수준, 선물 매입 가격은 820억원이며 삼성증권은 약 1900억원 규모의 차익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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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회사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투자자산을 업종 특성에 맞춰 선택과 집중해 영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며 "향후 주식과 채권, 통화를 아우르는 현·선물 통합 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자금 활용과 관련해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선물의 지난해 ROE(자기자본이익률)은 4% 정도로 2011년 이후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이번에 유입되는 현금을 활용해 신규 수익원 개발과 수익성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삼성증권의 이번 매각 결정이 '악수(惡手)'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ROE, 즉 투입된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이 11~15%나 되는 자산운용사를 팔고 업무영역까지 중복되는 선물사를 산 것은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는 만큼 올해 이익과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에는 한 몫 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자산운용사가 차지하는 금융업 위상이 갈수록 커지고 삼성자산운용의 ROE가 평균 11~1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차익을 재투자한다고 해도 이 만큼 수익률에는 못 미칠 것"이라며 "삼성선물 업무는 이미 삼성증권도 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추가 시너지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거래가 삼성증권보다 삼성생명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사를 종속회사로 두면서 운용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고 완전 자회사가 될 경우 배당에 대한 세금면제 혜택과 자본관리의 효율성도 커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수익보다 자산가치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며 "2016년부터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 체계가 변경돼 투자 여력이 커지는 만큼 자사주 매입 기대감도 자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인공은 삼성생명' 금융지주 설립 초안?
이런 탓에 거래의 '주인공'은 삼성증권이 아니라 삼성생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그룹이 최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면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설립의 한 단계라는 것.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카드 지분 2641억원어치를 사들였으며 삼성카드가 갖고 있던 삼성화재 주식 30만주도 712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번에는 삼성증권과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등에 흩어졌던 자산운용사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됐다. 즉 삼성생명 아래 증권과 카드, 화재, 자산운용이 나란히 자회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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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증권이 전 거래일 대비 2%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9일 공시를 통해 보유했던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기고 대신 삼성선물 지분 100%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삼성증권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네이버증시 | ||
현재 삼성증권은 삼성생명을 비롯한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이 모두 19.72%를 보유 중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10.28%를 추가 매입해야 한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삼성의 금융지주사 설립 초안일 가능성이 있다"며 "유입된 여유자금으로 삼성증권이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 설립이 빠른 시일 안에 가시화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당장 삼성증권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금융지주 전환이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고 자산운용사 매각으로 인한 ROE 하락률은 연평균 0.3% 수준으로 구조조정에 의한 판관비 절감 효과를 통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어 펀더멘탈(기초여건)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