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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지방 소주 '산'이 '산처럼'이 되기까지

전지현 기자 기자  2014.05.07 16: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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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황금연휴를 이용해 방문한 강원도의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는 '산처럼'이란 소주가 가득 진열돼 있었습니다.

강원도 본토박이로 음식점을 찾아 소주를 주문할 때면 항상 "산 주세요"를 외쳤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이라는 이름이 익숙했던 이 소주의 대명사는 직장 때문에 서울에 와서보니 '처음처럼'으로 자연스레 바뀌더군요.

   = 전지현 기자  
= 전지현 기자
오랜만에 발견한 '산'을 보니 학창시절, 불 꺼진 교정에서 새우깡 한 봉지에 소주 한 잔 기울이던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산처럼'으로 변경된 브랜드 명을 보니 아쉬움이 남더군요.

지난 2001년 출시돼 강원지역 대표 소주로 손꼽히던 '산처럼'은 현재 롯데주류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대관령 기슭의 100% 천연 암반수와 녹차를 첨가해 만든 소주 '산'은 강원지역 대표 소주에 대한 도민의 욕구 변화에 따라 12년 만에 리뉴얼되며 새로운 이름으로 '산처럼'으로 거듭났습니다.

강원도의 술로 익히 알려진 이유때문인지 라벨 상단에는 강원도 기상을 담은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강원의 힘!'이라는 문구도 배치됐습니다.

사실상 '산처럼'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린소주'가 있습니다. 1926년에 세워진 강릉합동주조는 1991년 경월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이후 1993년 자도주 경계가 허물어지자 두산이 강원도 소주인 경월을 인수하고 회사명을 두산경월로 변경, 1994년 1월 그린소주를 출시해 서울 경기권 판매를 시작하죠.

1993년 두산의 힘을 얻은 '그린소주'는 성공적인 시판으로 국내 소주 업계 2위까지 부상합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당시 소주 업계 대항마로 떠오른 진로 '참이슬'에 대항하기 위한 방안 삼아 기존 알코올 도수에서 1도 낮춘 22도 소주 '산'을 내놓게 됩니다.

이러한 공격적인 브랜드 개발에도 불구, 아쉽게도 2009년 롯데칠성음료에 매각되면서 애초 두산의 주류사업 부문인 두산주류가 생산하며 붙였던 '산'이란 이름은 결국 '산처럼'으로 리뉴얼하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롯데주류가 강원도 정통 이미지를 계승하기 위해 '산'이라는 기존 이름에 더해 서울, 수도권에서 인기를 누리는 롯데주류의 대표 소주 '처음처럼'의 '처럼'을 붙여 '산처럼'이란 이름으로 변경됐다는 것인데요.

단순 매출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M/S(점유율)가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산처럼'은 강원도민들의 추억과 사랑을 담은 대표적인 소주이기도 합니다. 지역인들의 애잔함을 담은 '산처럼'이 오랫동안 시장에 머물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