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나라 전체를 깊은 슬픔으로 몰아간 세월호 참사. 보여주는 대로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속속 드러나는 정부의 거짓 정보와 안일한 대응에 메마른 눈물만 삼킬 뿐이다.
고장 난 재난구조 시스템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번 참사에서 '새롭게' 알려진 '긴급출동 122(이하 122)' 서비스는 무용지물이었다. 해양경찰청이 운영하는 해양사고 긴급신고전화 122 운영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바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해양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22 신고전화 20만7000건 중 유효 전화는 26%에 불과했다. 나머지 59%는 △장난 △오인 △중복전화였으며 11%마저 타 기관에 넘긴 신고였다. 지난 5년간 이런 시스템의 운용비로 투입된 돈은 무려 43억원이었지만, 이번 참사의 간접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실을 최초로 신고한 최덕하(17세·안산단원고)군은 사고 직후 119로 전화를 걸었다. 119 상황실은 122 담당자에 연결했고, 이에 해경은 '최군-119-122상황실' 3자간 통화를 통해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해경이 직접 신고 받지 않았기 때문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한 즉각적인 사고 위치 파악을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해경은 신고자를 선원으로 착각해 위도·경도를 다시 되물어야 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122로 직접 신고 된 경우는 없었다고 했지만, 122 상황실에도 세월호 승객들로부터 7건의 구조 요청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또 다시 충격을 안겼다. 직통전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처가 늦어졌다는 해경의 변명이 무색해진 것이다.
해경 측은 "이 부분에 대해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접수 시각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122의 판단에 따라 최초 출동했던 해경경비정은 구조대가 아니어서 선내로 진입할 수 없었다. 해경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세월호의 선수 일부분만이 해수면 바깥으로 나온 상황이었다.
122는 보트·차량·헬기 등 빠른 이동수단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그들이 택한 것은 차량이었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24분으로 출동 지시를 받은 122 구조대 4명은 목포해경에서 차량을 타고 70km 떨어진 진도로 이동했다. 소요된 시간은 2시간20여분. 그 소중하고 다급한 와중에 '긴급출동 122'가 고작 한 짓이었다.
한편, 지난 2일 '전원 구조'라는 허위상황을 전파한 이들이 그동안 알려진 목포해경 상황실이 아니라 인천 해경 본청 민원콜센터 직원이라는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줬다. 16일 해경 콜센터로 걸려온 전화는 무려 1060여통으로 상담사 3명이 감당하기엔 벅찬 상황이었다. 인천해경 측이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허위정보로 귀한 구조시간을 헛되이 했다니 생각할수록 가슴 아프고 분노가 치민다.
이번 참사의 1차 원인은 세월호 선사의 이기적이고도 비상식적인 불법 운영에 있지만, 울분의 화살은 정부까지 함께 겨냥하고 있다. 정부 당국이 보여준 구조 과정은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고, 이 일은 꽤 오랫동안 우리나라로 하여금 '후진국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