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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병호 ㈜하나창업경영컨설팅 대표이사/경영지도사 | ||
정조시대를 '절대왕권'과 '신권(臣權)'의 충돌관점에서 보면 쉬이 어느 편을 들기 어렵다. 조선의 패망과 일제강점기를 거쳤기에 우리는 정조의 개혁정책 실패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당파싸움으로 조선은 망했다는 편견, 일본의 명치유신이나 프랑스의 대혁명처럼 우리 스스로 근대 자주국가로 이행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역사적으로 덧칠된 결과이다.
정조 이산(李祘)은 무려 24년(1777~1800)이나 집권한 장수한 임금이었음에도 의문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실패를 정당화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오늘날 박정희 18년 유신독재를 희구하는 이들과 동일한 역사인식의 한계를 본다.
'역린'으로 돌아가자. 사전적 의미는 "용의 턱밑에 거슬러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로, 임금의 분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한다.
다시 말해 '역린'은 제왕이나 재벌총수에 대들다가 비명횡사한 '좌절한 영웅, 반란군' 들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우리 호남인의 자부심은 의향(義鄕)과 오월 민주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전란의 한 가운데서 무능한 임금이 버린 강토를 지킨 '충무공 이순신과 호남의병', '한말의병', '동학농민군', '광주학생의거'가 있었고, 독재자에 맞선 '호남 4.19'와 '5월 시민군'이 있었다. 백성이 왕이라면 '역린'의 주체와 대상이 달라진다. 누가 주인인가의 문제이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에 대한 직역을 경계한다. 야당대표들은 어려울 때마다 광주를 방문할 때 자주인용한 문구이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으니 광주가 야당을 싹쓸이 해달라는 호소로 애용한다. 그들은 호남의병들이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호남평야와 산천을 지켰기에 왜적을 물리치고 조선이 해방되었음을 모른다. 중앙의 특정정치세력을 선택해서 밀어준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한밤 중 국회 본회의에서 제1야당이 복지정당을 포기하고 새누리당과 야합으로 '기초연금법안' 을 상정하여 논의하던 중 안철수는 당 최고위원회도 설득하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밀실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윤장현을 임명해 버렸다.
기업을 인수 합병해 주력사업 부문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켜 버린 CEO의 도발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제왕적 결정으로 광주시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광주시민 79%가 지지하는 강운태 현시장과 이용섭 의원을 배제하고 지지도 11%의 윤장현 후보를 '낙하산 공천' 을 단행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의 밀약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기초공천제 폐지'는 허울이었고 '지분 나눠먹기'의 이면계약 실행이 본질이었다. 광주시민은 자주적 선택권을 박탈당해 시장후보도 고를 수 없는 바보가 되었다.
광주시민의 응답은 간단명료하다. "우리는 자랑스런 민주시민이다. 광주시민은 '봉'이 아니다. 광주시장은 150만 시민이 뽑을 것이다. 광주정신 우롱하지 마라. 광주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안철수의 '몽니'와 김한길의 '방관', 그들의 '밀약'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는 큰 상처를 받았다.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성을 상실한 개혁은 유신독재와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범죄다. 그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당헌에서 배제하려 했고, 결국 6.15 남북공동선언의 햇볕정책 계승을 폐기하였다.
광주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장고 끝에 결정적 패착을 해버린 안철수와 새정치연합의 구태정치에 대해 각계의 비판성명과 연쇄탈당이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절차적 민주주의' 생략은 계속되고 있다. 경쟁없는 독점시장과 정치는 사회를 병들게 하다. 우리는 우리 지역의 대표선수를 당대표와 국가적 지도자로 키워야 하고, 지역발전의 적임자를 잘 뽑아야 광주가 산다.
새삼 시중에 회자되는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 대표, 윤장현 후보의 공통점이 화제다. 하나는 그들이 신뢰하는 벙커이다. 세월호 참사에 무능력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벙커'와 안철수 대표의 '비선 의사결정조직' 그리고 윤장현 원장의 병원 지하 '밀실'이다.
이들의 벙커는 평시엔 온갖 호사가들이 대접받는 미담과 우쭐거림의 장소였으나, 큰 위기 때엔 효험있는 약방문을 제대로 처방하지 못했다. 햇볕과 공론을 두려워하고 일대일 거래를 추종한다.
또 하나는 '불통'과 '역린'이다. 세 분은 과연 민주적 토의와 의사결정 훈련을 거쳤는가는 회의적이다. 청와대 심기를 거스르는 행위는 역린으로 간주, 복지부동이 만연해 단 한명의 세월호 실종자도 구하지 못하는 폐해로 드러났고, 알 수 없는 안철수의 생각에 민주개혁세력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 광주에서 새정치 추진세력들이 수 차례 내쳐지고 경선을 건의하면 불경죄로 다스려졌던 윤장현 캠프의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검증되지 않은 초보선장에게 150만 광주시민의 삶을 맡기는 것이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승리를 견인한다는 정치공학에 미혹돼 광주를 볼모로 바칠 것인가, 이제 막 일어서기 시작한 광주발전의 기회를 계속 살리고 중앙정치의 종속을 벗어나 시민주권의 광주정신을 이어 갈 것인가.
현 정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전국민이 도탄에 빠진 사이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핵심 참모만 챙기려다 수도권 승리를 망치는 우를 범하는 안철수 대표의 속을 알 수가 없다. 안철수와 윤장현이라는 두 분의 의사가 검증되지 않는 방법으로 사회를 고치겠다고 나섰는데, 그렇다면 평생을 행정과 정치현장에서 일해 온 강운태 시장이 의사로 병원개업 하겠다면 사람들이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