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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부품 극복 없다면…애플은 삼성 이길 수 없다?

특허소송 이후에도 '생태계 장악' 치열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5.02 10: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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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전자와 애플간 2차 특허소송 1심 공방이 지난달 최종 변론을 끝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향후 애플과 삼성간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 측 변호인단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진정한 천재들에 의해 개발된 물건으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한편 삼성에 대해서는 이를 불공정하고 뻔뻔하게 훔친 기업으로 규정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마트폰 등 시장에서의 경쟁과 별개로 부품 면에서 병행돼 온 양사간 협력 관계 자체가 변할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큰 전쟁에서는 이미 삼성이 이겼다?

IT 전문지 '리코드'는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 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이는 더 큰 전쟁에선 이미 삼성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지난 2007년 처음 아이폰을 선보일 당시 삼성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했지만, 2013년엔 삼성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0%수준까지 치솟았다. 애플은 2012년 한때 삼성 갤럭시탭과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명령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지만 두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명령은 모두 항소법원에서 기각됐다.

또 부품 관계에서도 삼성과 애플의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전량 의존했던 AP 등 물량을 대만 TSMC 등에 몰아주는 등 삼성전자 견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14나노 핀펫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발표(이 기술을 활용하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즉 AP의 소비전력이나 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해 애플의 탈삼성 움직임을 차단하고 이후 모델에서 공급 재개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 입장에서도 삼성처럼 경쟁력 있는 공급처를 확보하는 게 쉬운 과제는 아니다.

지난달 29일 한 국제행사에 참석한 폴 그레이 디스플레이서치 이사가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결국 애플이 이 싸움으로 '타도 삼성'의 목적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그레이 이사는 '탈(脫)삼성'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삼성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한 상황에서 결국 경쟁이자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속도 내는 '애플의 부품 독립', 소비전력 등 개선 움직임 눈길

다만 애플이 삼성 부품에 대한 의존을 끊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으로 단언하는 것도 급격한 탈삼성 노력이 바로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실제로 애플은 금년 들어 베이스밴드 프로세서 자체 설계 추진이나, 일본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의 자회사 '르네사스 SP드라이버스'의 인수 추진 등 여러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추진베이스밴드 프로세서(BP)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기판에 탑재된 무선 기능을 통제하는 핵심 반도체 중 하나다. 또 르네사스 자회사를 추진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은 고화질 저전력 화질 구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력 효율 문제(소비전력을 혁신하는 효과는 배터리 문제와도 맞닿는다)는 애플의 고민 요소이자 애플이 근래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역이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으나 미국의 전자전문매체 '지디넷'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iOS 7.1.1'를 업데이트하면 배터리 수명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고질적인 배터리 용량 문제 해결에 모종의 성과를 애플이 거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배터리 문제 등 약한 문제를 보강하고 부품 독립을 추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향후 웨어러블 영역에서 경쟁사와 본격적으로 격돌할 때 저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애플 아이워치. ⓒ 애플  
애플은 배터리 문제 등 약한 문제를 보강하고 부품 독립을 추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향후 웨어러블 영역에서 경쟁사와 본격적으로 격돌할 때 저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애플 아이워치. ⓒ 애플

또 아이폰6의 출시가 지연될 것이라는 대만 매체의 보도 역시 그 이유로 배터리 셀 공급자 중에 애플이 원하는 두께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는 등 애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헨리 사무엘리 브로드컴 회장은 기기의 클럭 속도를 높이기 보다 배터리 수명이 더 중요하다고 결단을 내리는 게 업계의 새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애플은 이미 이 단계에 들어갔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현재의 흐름은 이 같은 사무엘리 회장의 예측 방향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들을 계속하면 단순히 외부 회사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보다 더 주도적으로 부품 공급처를 활용한다는 그림을 그리는 게 가능할 것으로 풀이된다. 즉 어느 회사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거래를 끊는 문제보다도 많은 점을 염두에 두고 관계를 형성하는 중심에 애플이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터리 문제 웨어러블 등에 중요성 높아…양사간 격돌 돌출점 만들 여지

 

소비전력-배터리 문제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성능 개선으로 끝나지 않는다. 애플의 배터리 관련 기술력 발전은 두 회사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이어 웨어러블 기기에서 다시 격돌할 가능성을 키우는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건강관리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워치인 아이워치의 초도물량 생산에 들어갔다는 중국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어 현재 삼성이 기어2 등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분전하는 상황에 지형 변화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시장에서도 앞서 아이폰과 같이 생태계를 구축, 시장 장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농후해 삼성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와 기어 등 소비자판매물품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려 왔으나, AP 발전 등 기술력 강화면에서 아직 해결 못한 숙제도 적지 않다. 따라서 숙적 애플과 경쟁하면서도 다소 다른 형태로 에너지 배분을 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 임혜현 기자  
삼성전자는 갤럭시와 기어 등 소비자판매물품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려 왔으나, AP 발전 등 기술력 강화면에서 아직 해결 못한 숙제도 적지 않다. 따라서 숙적 애플과 경쟁하면서도 다소 다른 형태로 에너지 배분을 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 임혜현 기자
삼성은 이 같은 전쟁을 준비하면서 자체적인 약점 보강에도 나설 필요를 주문받고 있다.

삼성 AP 재도약 꿈, 역량 투입 보람 거둘지 눈길

삼성은 실적 회복 속도와 관련해 "시스템LSI의 실적부진, 디스플레이의 낮아진 수익성, IM 사업부의 이익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등을 지적받는다. 특히 AP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는 고도의 설계 능력을 필요로 한다. 삼성이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트를 갖고 있음에도 기술력의 한계 문제로 퀄컴 제품을 국내판매용 갤럭시S5에 탑재하는 등 경쟁력 한계를 절감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모뎀 통합칩을 비롯해 최근 퀄컴,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내놓은 64비트 AP를 출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상황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삼성의 고민 흔적인 셈이다.

애플의 부품 독립 추진과 삼성의 AP 시장 재도약 등 두 전자업계 리더 회사들은 나름의 문제 극복을 위해 각도는 다르나 진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소송 이후의 두 회사간 국면은 '부품 탈삼성'이라는 감정적 갈등 보다는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면서 차세대 먹거리 마련을 하는 와중에 오는 충돌로 나타날 공산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