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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정작 노동계는 반발 "왜?"

중소기업, 현실적 어려움 호소… 근로자들 "임금문제 해결부터 먼저"

김경태 기자 기자  2014.05.02 10: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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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은 임금과 함께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다. 하루일과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요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근로시간과 관련한 최근 근로기준법 초안이 마련돼 '근로시간 단축'이 이슈로 떠올랐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맞서는 이유를 살펴봤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010년 6월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합의'를 통해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또한 지난달 9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이하 노사정 소위)'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2016년부터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재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까지 모두 68시간에서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총 52시간으로 단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 불발… 중소기업 '어불성설'
 
근로시간 단축 법안 통과는 무산됐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고자 노력 중이지만, 지난 2003년 8월29일 근로기준법을 고쳐 주당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한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노사 양측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주단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까지는 동의했지만, 사용자 측에서 산업 현장의 충격 완화를 위해 노사 합의 때 추가 8시간 연장근로를 주장한 데 따른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과 아웃소싱업체들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주장한다. 
 
아웃소싱업계 한 관계자는 "계속된 경기불황으로 인해 수익이나 매출은 늘어나지 않은 반면 급여는 해마다 인상해줘야 한다"며 "이는 중소기업은 운영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해 고용률을 늘리려는 것은 알겠는데 이는 중소기업에게는 맞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가 사는데 이는 대기업에만 맞을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긍정적 영향 불구, 중소기업 근로자에겐 '독(毒)' 
 
곽명숙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사관계학과 교수가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 유형별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을 OECD 평균치와 비교한 결과 418시간 더 길어 OECD 국가들 중 최장시간 근로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와 직접적 비교가 가능한 호주와는 506시간, 최단 근로시간을 자랑하는 네덜란드보다는 812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었으며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도 400시간 이상 근로시간이 길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업체들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형태 다양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불러와 고용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이는 정부에서 시행 중인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과 맥을 함께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에서는 근로시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관리를 체계화할 수밖에 없고 국민 생활에서는 근로집중도가 높아져 여가생활의 다양화로 관련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아웃소싱업계에 종사하는 문원태(가명·32세)씨는 근로자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씨는 "근로시간을 줄여 여가생활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급여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시간이 줄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급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로자들 "임금문제 해결하고 시간 조절해야"
 
근로시간 단축 법안 통과가 불발에 그친 것은 결국 임금문제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휴일·연장근로 수당을 중복 할증할 경우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휴일근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약 13.1% 줄고, 이를 연간 급여로 환산하면 466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기업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인건비는 올라가지만 생산성이 떨어져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고, 근로자도 급여 감소만큼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김형철(가명·34세)는 "만약 현재 급여를 그대로 인정하고 근로시간만 단축한다면 좋지만 어느 기업이 생산량은 줄었는데 급여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주겠냐"며 "이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이번에 불발로 끝났지만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창출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문제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여기에 더해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효과와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고려할 등 실질적으로 사업자와 근로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