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4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에 자리한 의류공장이 무너져 내렸다. 사고 발생 전 건물 벽에 큰 균열이 생겨 대피명령까지 내려졌지만, 이를 외면한 채 무리하게 공장 가동을 강행하다 일어난 참사였다.
이 사고 탓에 800여명이 숨졌으며 그들의 열악한 노동 여건이 표면에 떠오르자 비로소 공정무역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인식 또한 확대됐다. 공정무역 커피 등 식품은 물론, 의류도 건강한 노동환경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되고 소비자는 이를 공정한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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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
"너무나 참혹한 사건이었죠.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지만, 사실상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이런 때일수록 윤리적인 소비자 의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를 위한,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슬로우 패션을 지향한다는 이미영 대표(사진). 그가 이끌고 있는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이하 페어트레이드)는 회사명으로도 쉽게 유추할 수 있듯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07년 설립된 페어트레이드는 공정무역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소액주주들이 주인으로 있는 '시민주식회사'라는 새로운 사회적기업 모델이며 현재 200여명의 시민주주들과 직원 15명이 힘을 보태고 있다. 페어트레이드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보고자 29일 안국동에 있는 한 매장을 방문했다.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공정무역 패션브랜드 '그루(g:ru)'
여성환경활동가로서 국제적 연대활동을 해왔던 이 대표는 빈곤국가 최대 피해자인 여성의 경제적 자립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여성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패션'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페어트레이드가 출시한 '그루(g:ru·이하 그루)'는 아시아여성의 빈곤 해결과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춘 국내 첫 공정무역 패션브랜드로, 전통기술과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친환경 의류를 비롯해 △패션소품 △유기농 면제품 △생활용품 △장난감 등을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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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제품들. 종류 또한 다양해 의류를 비롯해 패션소품, 생활용품, 초콜릿 등 600여종에 달한다. = 하영인 기자 |
현재 네팔과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지 여성소생산자 그룹 24곳과 파트너십을 체결, 600여종의 제품을 현지 생산하고, 완성된 제품은 국내로 들여와 판매한다. 그루는 대리점 5곳을 포함해 온·오프라인 숍과 기업 간 거래(B2B) 등 다양한 판매경로를 갖추고 있다.
특히 그루는 주문금액의 50~100%를 선지급하는데, 이는 560여명에 이르는 아시아 여성생산자들의 생계유지를 돕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페어트레이드 역시 매번 연초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도 더 간절한 그들을 돕고 싶다는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
이처럼 페어트레이드는 빈곤국가 여성을 위해 △공정한 임금·지속 가능한 일자리 제공 △전통기술과 문화적 다양성 보전 △안전한 작업환경 △환경과 건강보호 △윤리적 소비 기회 제공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을 경주한다.
◆네팔 'SEA센터' 디자인아카데미 운영… 각종 캠페인 운동
"저희는 생산자들을 위해 존재해요. 영리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생산자들의 업무 환경개선과 교육 등을 실시해 역량강화 됨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되길 바랍니다."
페어트레이드는 여성약자들의 안정적 삶을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주고자 탄생한 기업으로 단순히 물건 제작뿐 아니라 디자인 능력 등 생산자들의 역량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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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짜는 모습. ⓒ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 설립한 네팔의 'SEA센터'는 디자인아카데미로 연간 200명이 교육받고 있다. 또한 업체가 추진하는 '제4세계 디자인 프로젝트'는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 상품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고, 디자이너와 생산자·시장을 연계하는 플랫폼을 형성한다.
이 외에도 페어트레이드는 '생산자 초대 워크숍' '청년자원봉사그룸 쏠티' 등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보람찬 목표 이면에 숨기기 힘든 고충도 따른다고.
"제품을 생산하는 데 통상 1년이 걸려요. 한국에서 디자인을 기획해 생산자들에게 보내는데, 원하는 색상이 제대로 안 나온다거나 불량품이 발생하기도 해요. 우선 제작된 샘플을 보고 통과된 제품은 한 번에 50개에서 100개를 생산하고 있죠."
생산 과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져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찮다. 이런 만큼 적합한 상품 출시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여성을 배려해 공장보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홈베이스가 많아 관리도 어려울뿐더러 연락이 힘든 경우도 상당한 편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애로사항에도 불구, 페어트레이드는 매년 2회 현지 방문해 그들의 문제점을 듣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페어트레이드의 물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단골손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찾아주는 고객이 늘수록 연매출 또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1년 연매출 8억5000만원에서 지난해는 10억원까지 증가했다.
페어트레이드는 향후 소셜프랜차이즈 매장을 더 신설하고 매출을 높여 생산자들에게 더욱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다. 이 대표는 끝으로 페어트레이드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빈곤국가 아시아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 가능한 지구촌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루는 공정무역 라이프 스타일의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발로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