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프랑스 연극 거장으로 잘 알려진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장 빌라르는 1947년 창설한 유서 깊은 '아비뇽 연극축제'를 통해 연극의 지방화를 개척했다. 그는 지방에 있는 시민들도 공연예술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공연을 공공서비스처럼 저렴한 가격에 보급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 같은 취지를 이어 받은 곳이 국내에도 있으니 바로 '극단 아리랑'. 김수진 극단 아리랑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극단의 역할을 '연극의 공공서비스화'로 명명했다.
1986년 설립된 극단 아리랑(이하 아리랑)은 '동인제 연극'으로 시작됐다. 서울대학교 내 연극반에서 출발한 아리랑은 내후년이면 30주년을 맞는 유서 깊은 극단이다.
당시 문화관광부(現 문화체육관광부) 추천을 받아 2009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추천받은 50개 공연예술 단체 중 하나가 바로 아리랑이며 이후 2012년 정식 사회적기업이 됐다. 이때 50개 추천 단체 중 사회적기업으로 정식 승인받은 아리랑을 포함해 단 5곳.
김수진 대표는 극단이 추구한 가치와 '사회적기업'이라는 틀이 잘 어우러져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온 아리랑에게 사회적기업은 '딱 알맞은 옷'이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연극 통한 어울림
"사회적기업으로서 아리랑은 공공서비스적 연극을 추구합니다. 돈을 지불하고 극장을 찾아올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라도 관람할 수 있는 공연 말입니다. 우리는 연극이 공공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것을 기조 삼아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려고 합니다."
지난 1997년 극단 아리랑에 입단해 2006년 연출로 데뷔한 김수진 극단 아리랑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극단 아리랑을 이끌고 있다. = 하영인 기자 |
또한, 아리랑은 대학로의 주력 공연이 아닌 마당극을 선보였다. 당시 IMF로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있을 때라 국민을 위로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아빠의 청춘' '홍도야 울지마라' 등을 마당극 형식으로 선보이며 지방 곳곳을 누볐다.
2009년 사회적기업으로 변모한 후에는 사회기여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지역아동센터·노인복지센터와 연계해 '객석나눔'을 펼쳤다. 전체 객석 중 10% 가량을 저소득층 청소년 또는 노인 등 문화소외계층에게 제공한 것으로, 2012년 4월 '동백꽃' 공연 때도 어김없이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객석나눔을 진행했다. 또 서울 근교의 특수학교 학생들을 찾아 무료 공연도 열고 있다.
아리랑은 연극 '동백꽃'을 야외극으로 재창조한 후 5월 중순부터 지방 공연을 순회할 예정이다. 특히, 충남 아산과 경기도 화성에서는 무료 공연을 실시한다.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마을 축제와 같은 잔치를 벌이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문화예술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기 어려운데, 사회적기업이란 제도는 예술 존립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며 "우리가 문화소외계층을 찾아 공연을 하며 만나는 새로운 관객은 우리를 다시 한 번 배우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품성은 기본… 연 매출 2억으로 수익성까지 잡아
이처럼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사회적기업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아리랑은 작품성과 수익 창출 모두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게릴라 씨어터'는 아리랑이 야심차게 무대에 선보인 신작이다. 이 작품은 2014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희곡아 솟아라'에 선정됐다.
'희곡아 솟아라'는 공모를 통해 창작 희곡을, 낭독공연을 통해 극단을 선정한 후 극단과 희곡을 매칭해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에 공연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에는 '게릴라 씨어터' 단 한 편만이 희곡으로 결정됐다. 아울러, 아리랑은 연극 '동백꽃'을 통해 내달 3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2014 춘천국제연극제'에 참가한다.
김 대표는 "게릴라 씨어터는 오세혁 작가와 협업한 작품으로, 단원과 관객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며 "7회 공연 만석으로, 1000여명의 관객이 게릴라 씨어터를 관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리랑은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잘 나타내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사유할 수 있는 장이 되는 연극을 만들고자 한다"며 "우리 연극이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시각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함께 아리랑은 지방 순회공연 및 기업 후원을 통해 매년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연극은 가난하다'라는 통념을 뒤엎은 것.
극단 아리랑 단원들이 민요와 탈춤 등을 접목해 재창조한 '동백꽃' 연극 작품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 하영인 기자 |
아리랑의 지난해 매출은 약 2억원이다. 마당극도 진행한다는 극단의 특성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리랑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공연을 내놓지만, 기본적으로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지향한다. 한국의 연희를 현대화해 표현한다는 것이며 특히 '동백꽃' 작품의 경우 민요와 탈춤·풍물을 적극 활용했다.
김 대표는 "마당극 특성상 장소의 제약이 없다"며 "이 같은 특성은 찾아다니는 공연을 할 때 유리하며, 서울 내 단체 중 마당극을 진행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을 보탰다.
끝으로, 김 대표는 "연극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며 "사회적기업으로서 아리랑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아픔과 슬픔 등을 함께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향후 희망찬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