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청년칼럼] TV 속 가족사랑 보며 대리만족만?

김다솜 객원기자 기자  2014.04.30 15:13:4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가족이 모두 모인 저녁 밥상에 사랑이(방송인 추성훈의 딸) 이야기가 나온다. "조그만 한 게 어찌 그리 복스럽게 먹누" 하니 다들 한 마디 씩 보탠다. "너무 귀엽지, 정말 꽉 깨물어 주고 싶어"부터 "귀엽기만 해? 저 아이 부모는 돈 안 벌어도 되겠더라", "TV만 틀면 사랑이야"라는 부러움 섞인 질투까지.

추사랑은 2014년 상반기 최고의 광고스타 중 하나로 떴다. 이동통신, 먹거리, 유아용품까지 총 12개의 광고를 섭렵했다. 웃는 모습, 먹는 모습, 자는 모습까지 모든 발자취가 화제가 되는 사랑이는 2013년 11월 첫 방영을 시작한 문화방송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6개월만에 '국민아기'로 등극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48시간 동안 아내 없이 아이들을 돌보는 연예인 아빠들의 육아 도전기다. 선발주자는 '아빠, 어디가'였다. 파일럿으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중국에 포맷을 수출했고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이다.

연예인과 그들의 자녀가 콘텐츠화하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의 '붕어빵'을 통해서다. 출연한 스타와 그의 아이들이 서로 못 다한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부모와 자녀의 소통이라는 주제는 JTBC의 '유자식 상팔자' 속 연예인 부모와 사춘기 자녀를 통해서도 재생산 됐다.

이런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의 시청자들을 양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핵가족화로 가족의 기능이 축소되면서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현대사회에서 '막장 코드' 없이 전 연령층이 공감할 만한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은 꽤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 '남의 가족'을 지켜보는 일은 미묘한 불편함도 준다. 우리 가족을 한 공간으로 모아주고 밥상머리에서 침묵이 돌지 않게 도와주는 주제가 모두 남의 가족사라니…. 연예인 가족 콘텐츠가 이토록 인기를 얻는 이유는 내면에 자리 잡은 가족 간 화합이라는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날씨 좋은 날 산책길에 나선 한 가족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 요즘 가족들은 야외 나들이 보다 TV 앞에 옹기종기 모이는 데 더 익숙한 것 같다. = 김다솜 객원기자  
날씨 좋은 날 산책길에 나선 한 가족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 요즘 가족들은 야외 나들이 보다 TV 앞에 옹기종기 모이는 데 더 익숙한 것 같다. = 김다솜 객원기자
가족 콘텐츠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결혼한 자식과 시부모 간 갈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시댁과 며느리 간의 갈등과 대립을 보여주는 JTBC의 '고부스캔들'과 MBN '속풀이쇼 동치미' 장서 갈등을 보여주는 SBS의 '백년손님' 등이다. 말 그대로 'TV만 틀면' 연예인 가족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방송이 실시간으로 기사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SNS를 통해 퍼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연예인의 가족사를 내 일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는 실제 가족 간의 소통대신
  이미지  
 
TV 속에 나오는 다른 가족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모양새다. 온 가족이 TV앞에 오순도순 모여 연예인의 가족사에 웃고 우는 모습은 결코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꽃피는 오월이다, TV 앞에 앉아있기 보다 나들이를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다솜 객원기자 / 삼육대학교 심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