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광운 기자 |
이곳은 손바닥에 박인 굳은살과 상처마저 보듬어준 60년 장인의 손길로 쇠불을 지피고 있는,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름 없는 대장간이 있다.
세월의 흐름에 사라진 옛 대장간 모습 그대로를 지키며 오늘도 쇠를 달궈 연장을 만들기 위해 쇠 부딪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 '함평 엄다 철공소'를 60년 동안 홀로 지켜온 유석종 옹(81세)의 현란한 손길에서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유석종 옹은 황해도에서 부모와 함께 피난을 내려와 함평군 엄다면에 자리를 잡고 18세가 되던 해에 당시 대장간 주인의 부탁으로 품앗이 삼아 시작한 일이 천직이 돼 평생 불을 지피며 쇠를 두들겨 연장을 만드는 대장장이가 됐다고 한다.
유 옹이 대장간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농업이 삶의 주된 수단이던 시절이라 호미와 낫, 작두 등 농기구와 생활도구를 만드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의 호황기였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장날이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
현재는 농사가 기계화되면서 대장간이 하나 둘 없어져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옛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는 가운데 간간히 특별한 주문을 하는 이들만이 찾는 곳이 돼 버렸다.
= 나광운 기자 |
60년간 멈추지 않았던 망치 두둘기는 소리와 쇠불로 3남2녀를 대학까지 가르치고 지금은 부인과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는 그는 정부차원의 후계자 양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심경을 보이기도 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그의 실력을 알고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으나, 소화하기가 벅차다는 그는 우리의 옛것이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했다.
유석종 옹은 "기술을 전수할 이가 없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며 "기술을 전수하고 싶어도 힘든 대장간 일을 배울려는 젊은이가 없다"고 현실을 한탄했다.
점점 우리의 곁에서 사라져가는 옛 모습들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의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기만 하다.